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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Dec 20. 2020

친구가 어른처럼 느껴질 때

현재 나이 33살에 건방지게 인간관계의 큰 변화를 추측해본다면 직장과 결혼이 아닐까 싶다.

학창 시절에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가장 오래간다고들 한다.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인간관계는 더 협소해지고 마음 편히 맞는 친구 찾다 보면 결국 학창 시절 친구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또는 직장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거나. 난 후자였다. 거기에 그 친구들이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내가 괜히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괜한 걱정에 연락이 조심스러워졌다.

카카오톡 프로필 목록을 보다 고등학교 친구가 자신의 아기 모습을 프로필로 해놓은 모습을 보니 문득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놀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의 친구들은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에 가면 언제나 있는 존재였고 때로는 만나기 싫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함께 있는데도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등교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 산책, 전화 등 우리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또 그때는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게 흔한 일이었고 심지어 늦게까지 놀다 아쉬우면 자고 가기 일쑤였다. 지금은 바깥에서 자는 게 귀찮고 불편한 나를 떠올리면 희한한 일이다. 먼저 자는 사람에게 벌칙을 주는 일, 저녁을 같이 해서 먹는 일, 밤늦게까지 이불속에서 수다를 떨다 잠이 들던 일 등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렇게 마냥 학생 같았던 우리가 어른이 되어 직장도 다니고 한 친구는 결혼을 해서 아기까지 낳은 엄마가 되었다. 자신의 고민만으로도 머릿속이 가득했던 시절은 언제였냐는 듯 이제는 누군가의 삶까지 책임지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미혼인 나는 여전히 내 한 몸 책임지기도 힘든데 엄마가 된 친구를 보니 저만치 커버린 어른같이 느껴졌다. 그 아가도 곧 자라서 친구들과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친구를 집에 데려와서는 하룻밤 자고 가면 안되냐고 엄마에게 떼를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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