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했던 초등학교 CA 시간 1부: 농구선수 편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던 나는 초등학교 때 CA로 육상부를 했다.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운동신경이 좋아서 계주 선수로 나가기도 했는 데다 담임 선생님이 체육 담당 이셔서 엉겁결에 들어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는 무슨 이유로 선택을 했는지 명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 이유로 구 대표 높이뛰기 선수로 나가게 되었다. 아마 별다른 소질이 있다기보다는 키 크고 달리기를 잘해서 뽑힌 것 같다.
연습도 별다른 게 없었다. 코치 없이 매트와 장대를 세우고는 높이뛰기 선수들이 했던 포즈를 흉내 내며 넘는 것이었다. 그때는 무언가 대표로 뽑혀 대회에 나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설렜던 것 같다. 심지어 글 쓰는 지금 엄마에게 그때 일을 물어봐도 기억이 안 난단다.
그렇게 나는 엉겁결에 대회 준비를 하고 엉겁결에 선수가 됐고 심지어 엉겁결에 대회에서 2위까지 했다. 특별한 지도를 받지 않았기에 별 다른 테크닉도 없었고 그냥 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장대가 높아질 때마다 넘고, 넘고, 넘은 것뿐이었다.
그런 나의 투지(?)를 본 것일까. 갑자기 어떤 키 큰 중년 여성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언니가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어린 나이에 그들이 말이 완전히 이해되진 않았지만 요는 농구선수해볼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스카우트 제의였다. 그 제의에 자존감은 하늘을 치솟았고 농구선수로서의 나의 미래를 그려봤다. 내 머릿속의 농구선수는 슬램덩크의 강백호와 서태웅, 채치수였고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넣는 골 하나에도 책 한 권 분량은 나올 수 있는 멋짐 가득한 장면이었다. 미술을 하겠다던 마음도 저만치 물러가 버렸다.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말하니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운동선수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연륜으로 알고 있는 부모님의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들뜬 마음에 찬물이 확 끼얹어지듯 농구선수의 꿈은 다행인 듯, 불행인 듯 일장춘몽이 되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