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미팅을 하기에 앞서 그 사람이 페북이나 링띤에 쓴 글 혹은 언론에 기고한 칼럼 등을 읽어보곤 한다. 여러 가지 글 중에선 페북에 쓴 글을 읽어보는 비중이 높은 것 같다. 아무래도 페북은 대체로 자기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공간이니만큼, 그 사람 자체를 미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미팅 상대방의 글을 읽고 난 뒤 만남을 갖고 나면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글에서 엿보이는 성격과, 실제 글쓴이의 성격은 대부분 불일치한다는 것. 미팅을 여러 번 가지다 보면 그 생각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체로 불일치하는 것 같다는 게 현재까지의 생각이다.
길 걷다가 본 샛노란 개나리. 샛노란색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어떤 사람의 페북 글은 매사 비판적이고 날이 서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글은 읽다보면 '이 사람은 뭐 이렇게 세상에 불만이 많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내 마음에 검은 안개가 드리우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실제로 만나서 커피 한 잔 해보면 '세상 이렇게 순한 사람이 이렇게 칠흑같이 어두운 글을 쓴다고? 같은 사람이 맞나?'싶을 때가 있다.
또 어떤 사람의 글에는 열등감이 잔뜩 묻어 있다. 내가 보기엔 열등감을 가질 만한 사람이 전혀 아닌데, 성장기에 경험한 치유되지 않은 어떤 상처 탓인지 대부분의 글에 '난 너무 부족하고 못났고...' 이런 느낌이 잔뜩 묻어 있다. 근데 막상 만나보면 세상 밝고 쾌활해서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동네의 어떤 나무.
어떤 사람의 글은 과시욕이 잔뜩 묻어 있다. 내가 어디 출신이고, 어떤 정재계 커넥션이 있고, 내 아들딸이 얼마나 잘났는지 등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런 과시욕의 기저에는 지독한 결핍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읽다보면 편견과 더불어 안타까움마저 들곤 한다. 근데 또 막상 만나보면 세상 겸손하고 격조 있는 사람이어서 내심 놀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의 글은 대단히 지적이고 인사이트풀하다. 단순 커피챗 미팅이라 하더라도 치밀한 준비 없이 만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지적인 중무장을 하고서 만나보면, 글쓴이가 웬 푸근한 동네 형, 동네 아저씨인 경우도 있다.
글의 성격과 글쓴이의 실제 성격이 다른 이유가 뭘까? 주말밤에 산책하다가 문득 그런 잡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