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예신 May 05. 2024

독립 후 6번째 이사를 하며 배운 점

Lessons from moving houses for 6 times

내가 처음 독립한 시기는 약 12년 전, 그러니까 23살 때부터다. 병장 만기 전역 후 대학 2학년 복학을 앞두고서 부모님을 설득해 혼자 자취하겠다고 선언하고 독립했다.


혼자서 자취하며 일찍 홀로서기하는 경험을 쌓고 싶기도 했고, 대학 기숙사처럼 통금 같은 것 없이도 시간과 계획을 잘 컨트롤하며 내 삶을 빚어나갈 수 있을 거란 용기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새 집에 최종적으로 이사를 와서 짐 정리 등을 마무리했다. 한숨 돌리며 세어보니 23살 이후 거의 2년에 한 번 꼴로 6번 이사를 했다. 그간 원룸, 투룸, 쓰리룸을 모두 경험했고.


사실 이렇게 여러 번 이사를 다닐 필요는 없다. 계약 만료 시기에 그냥 살던 집을 재계약해서 살아도 되니까.


하지만 이 동네, 저 동네 살아보며 유동인구, 상권, 부동산 등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면 가능한 한 이사를 가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이사는 특히 의미가 남달랐다. 오랜 시간 동안 전셋집에 살며 놓친 투자 기회비용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너무 일만 한 탓에 이런 건 신경조차 쓰지 못했다.

그냥 퍼온 사진입니다.

자산 형성기인 지금 그리고 곧 도래할 금리 인하기에 자산을 불리려면 넉넉한 시드 머니 필요했고, 그러려면 고정비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가야 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사를 다닐 때마다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매물 탐색부터 최종 입주까지 정말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들을 했는지 기록해두면 나중에 이사할 때 복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적어본다.



*부동산 물건 탐색: 나의 필요에 꼭 맞는 안전한 물건을 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든다. 특히 요즘은 전세 사기도 많고, 중개업자가 악성 매물을 보여주며 계약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 시장에는 큰 돈이 흐르는 만큼 사기꾼들도 많은 것 같. 운 좋게도 이번 이사 때는 적당한 물건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어떤 중개인이 나에게 강서구의 신축 빌라를 소개해주며 '이 집은 집주인이 은행 대출 이자 지원금을 준다'라며 계약을 유도한 적이 있다. 딱 아래와 같은 상황이었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일단 거절했다. 알고 보니 사기였고, 여기에 넘어간 피해자들도 다수였다.



*이삿집 포장: 제일 힘들고 고된 일인 것 같다. 박스를 구해오는 일부터 책, 옷, 생활가전 등 짐을 싸는 일까지 모두 직접했다. 물론 포장이사를 신청하면 전문 인력들이 다해주겠지만 1인 가구에겐 사치다. 그리고 타인이 내 짐을 알아서 분류하고 안전하게 포장해줄 것 같지도 않고.


*용달 신청: 이삿짐을 실어나를 용달도 알아봐야 한다. 미소(miso)나 센디(sendy)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것도 내가 원하는 일시에 용달 인력들이 몰려야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낮아진다. 그러지 않으면 비용이 비싸다. 센디 첫 가입 혜택을 받아 10만 원에 용달 렌트와 기사님 도움 서비스를 이용했다.


예전에는 미소를 이용했는데, 이번엔 센디를 이용했다.

*짐 나르기&정리하기: 말해 무엇하랴. 1인 가구긴 하지만 3층에서 기사님과 함께 용달로 짐을 내리고, 그걸 새 집으로 다시 옮겨 나르는 건 무척이나 고된 일이다. 게다가 그걸 새 집에 정리해 넣는 것도 몹시 피곤한 일. 내 집 마련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계약금: 부동산 중개 업자는 계약이 성사돼야 돈을 벌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계약을 확정지으려고 한다. 그래서 이 물건 금방 빠지니까 가계약금부터 빨리 걸라고 독촉하곤 한다. 근데 계약 후 더 좋은 조건의 집을 발견하거나, 하자를 뒤늦게 발견해 계약을 해지해야 할 때도 있다.


*보증금 이슈: 가계약금을 건 다음엔 전 집주인에게서 보증금을 받아내야 하는데, 이때 99%의 집주인은 억지를 부린다. 벽지가 오염됐다, 타일이 깨져있다 등의 이유를 대며 보증금에서 수리 비용을 차감하고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 너무 억지다 싶으면 적절히 방어할 필요도 있다.


*이사 정산: 전 집에서 거주할 때까지의 전기세, 가스비, 월세를 정산해야 한다. 일단 한전과 지역 도시가스 업체에 전화해서 이삿날까지의 요금 정산을 요청한 뒤 납부해야 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전력량계를 처음 보게 되며, 눈금을 상담원에게 얘기한 뒤 이용 요금을 정산하면 된다. 월세는 거주 일수까지 정산하면 되고.


*은행 대출: 난 이번에 은행 대출을 갚았다. 대출을 실행할 땐 은행 측에서 나의 소득과 신용 등 여러 가지를 따지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대출 상환은 은행 앱을 통해 2분만에 할 수 있다. 빌릴 땐 어렵지만, 상환은 너무나 간단히 끝난다. 덕분에 이자 부담은 사라지게 됐다.


대출 이젠 안녕!


*임대차신고, 전입신고, 확정일자: 주민센터에 가서 처리해야 한다. 혹은 인터넷 등기소에서 처리해도 되는데, 계약서 내용을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고 스캔 파일을 업로드하고, 요즘 잘 쓰지도 않는 은행 공동인증서로 사인을 해야 한다. 공동인증서가 없으면 다시 재발급도 받아야 한다.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귀찮기 때문에 주민센터 가서 한번에 처리하는 게 차라리 편하긴 하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임대인들이 전세금을 제때 안 주는 경우가 꽤 많다. 임차인한테 받은 전세금이 다른 건물에 묶여 있는 등 여러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HUG나 서울보증보험 등이 제공하는 보증보험에 가입해두는 게 좋다. 단,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물건이 있고 안 되는 물건이 있다.


*인터넷 설치 이전: 전에 살던 집에서 인터넷을 별도로 신청해서 사용 중이라면 인터넷 설치 이전을 신청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KT 인터넷을 사용 중이므로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설치 이전을 신청했다. 그럼 수리기사가 지정된 날짜에 와서 설치 이전을 해주는데 27,500원의 수리비가 발생한다. 


건물에 따라서는 특정 통신사와 단체 인터넷 계약이 체결돼 있기도 한다. 이 경우 기존에 쓰던 통신사의 인터넷을 새 집으로 이전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통신사 인터넷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통신사와 인터넷 계약을 맺어야 한다. 만약 집 내부에 인터넷 단자가 있으면 쿠팡 같은 데서 1~2만 원짜리 공유기 하나를 사면 된다. 단자와 공유기를 유선으로 연결하면 노트북에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이런 일을 2년에 한 번꼴로 벌써 6번이나 했다. 비슷한 나이 또래 중에 이 정도의 이사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험이 곧 자산이라고 하는데, 2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하니 안목이 키워지는 느낌은 든다. 이 정도로 경험했으니 어디 가서 부동산 사기는 안 당하겠지.


다만 이사를 다닐 때마다의 피로감과 이사 비용 문제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내 집을 마련해서 정착하는 게 낫겠다 싶다. 아무튼 이번에 이사하며 목돈을 다시 마련했으니 돈을 잘 한 번 굴려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