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로 옮기고 생긴 일들
여섯 살이 되는 해 4월 즈음부터, 아이는 어디서 들었는지 자꾸 영유로 옮겨달라 했다. 아이는 매일 수영을 하고 현장학습 등등이 많은 신체활동형 유치원인 ‘유아체능단’에 다니고 있었던 차였다. 수영하는 건 좋지만 다른 건 심심하다 했다. 평준화되어 있는 학습진도가 문제인가 싶어서, 보완책으로 이런저런 학원이나 학습지도 시켜봤지만 ‘여기는 영어유치원이 아니잖아.’라며 거부하길래 결국 6월에 급하게 자리 있는 영유로 옮겼더랬는데…
아이는 자기의 환상 속 영유에 비해 현실 영유가 훨씬 재미없고 공부를 무지 많이 시킨다는 걸 알고 나서 다시 체능단에 돌아가고 싶다 했고, 적응하면서 나타나는 이상 행동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대체 뭘 믿고 6살 애의 말만 믿으며 잘 다니던 원을 옮기는 큰 결정을 했는지 후회하고 후회했다. 아이가 원한다는 건 핑계였고 내가 영유에 눈이 멀었던 건 아닌지 뼈아프게 반성도 했고.
다행히 얼마 후 한국인 담임샘이 바뀐 이후 눈에 띄게 웃음과 안정을 찾더니 금새 밝은 텐션으로 돌아온 아이.(따뜻하고 세심한 담임선생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치 않다ㅠㅠ) 영어도 편해지면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이 보이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나의 안도감과는 별개로 아이는 욕망의 아이콘답게 내년에는 어디서 들었는지 학습식 영유의 대표주자인 ‘폴리’를 가고싶다 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겨우 적응했는데 또 어딜 옮기겠다는 건지, 아이가 그 어디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잡히지 않은 파랑새를 쫓는 것이 어리석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애미란 무엇인지.. 결국 그 화나는 와중에 30분간 전화 경쟁을 해가며 폴리 입테도 봤고 통과했는데 문득 또 지금의 친구들과 친해져서 그런지 안 옮기겠다고 했고, 현재 원에서의 승급테스트도 잘 봤는지 다행히 자기 성에 차는 반에 가게 됐다.
나는 아이가 남들 눈치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평탄하게 살아가길 바랐지만, 매사에 경쟁심 넘치고 사회적 욕구도 큰 나의 아이는 아마 남들보다 많이 도전하고 그만큼 많이 좌절할 것 같다. 학업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본의 아니게 많이 갈등하고 상처받을 것이 눈에 선한 아이. 어떤 아이가 자기보다 잘하는 것 같으면 귀신같이 파악하고 부러워하고 모방하고 상대를 넘어서는 걸 반복하는 아이. 사실 폴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누가 게이트(1% 영재만 받는다는 압구정 영유)를 이야기했다면 게이트를 가고싶다 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아이가 항상 무언가를 욕망하며 갈증을 느끼는 성향인 것을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원하는 것에 마치 경주마처럼 돌진하는 아이의 욕심이 항상 밝은 곳을 향하도록 북돋워주고,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요즘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지금이야 아이가 나의 영향력 안에 있지만, 몇년 후 본인이 검색하고 알아볼 능력이 되었을 그 시점에 아이가 부디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길 바라면서.
신생아가 젤 어려운 줄 알았는데, 복직하면 어느정도 내려놓아질 줄 알았는데.. 육아는 매번 새로워지고 계속 더 어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