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시간
예전에 이유식 하던 시절, 어른 밥과 아이 밥을 매번 따로 하는 것이 너무 고단했다. 그래서 김치찌개 한솥 끓여서 온 가족 모두 함께 먹을 날이 오면 소원이 없겠다 생각했었다. 요즈음 실제로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어른 밥과 아이 밥을 따로 하지 않은지는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이고, 일곱 살 소율이는 이미 김치찌개도 두부김치도 떡볶이도 잘 먹게 되었다.
사진은 지난 한달간 해먹고 해먹인 것들. 돌이켜 보니 밥도 안주도 간식도 아주 야무지게 해먹었다 평일에는 일하느라, 주말에는 놀러나가느라,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최대 하루 한 끼라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 먹고 산 거 셀프로 많이 칭찬한다. 전체적으로 야채 비중이 꽤 높은데도 모두 골고루 잘 먹어 주는 나의 아이들에게도 무한 칭찬을.
요즈음 더욱 진보한 것은 식사 리추얼이다. 하원하고 집에 오면, 내가 요리하는 약 30분 동안 소율이는 숙제를 끝내고, 이후 다함께 저녁을 먹는 루틴이 아주 잘 잡혔다. (이 스케줄 잡으려고 한동안 숙제 다 할 때까지 저녁 안 줬다…) 식탁에 앉아서는 오늘 메뉴에 대한 이야기,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주말에 뭘 할지 스케줄 등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식사를 한다. 누군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시작하면 다같이 따라서 합창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춤을 추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여전히 식사를 이어 간다. 예전에는 아이가 식탁을 이탈하는 순간 안 먹는걸로 치부하고 바로 그릇 치웠었는데, 이제 그렇게 칼같이 할 필요가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식탁의 본인 자리에서 다 먹고 그릇은 싱크대에 가져다 놓는 훌륭한 나의 딸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고, 내 역할은 점점 줄어든다. 예전엔 내가 아이를 이리저리 가이드해주고 이끌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점점 그건 자신이 없어진다.나는 그저 건강한 기초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 기반 위에서 공부든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 알아서 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