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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us Mar 13. 2016

우리 눈치없이 살아볼래요?

 지금을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각자의 유년기 혹은 청소년기에  몇 번쯤은  '장래희망'이라는 단어의 오른편 텅 빈 공란을 마주한 적 있을 것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신념이 확고하여 거침없이 작성한 사람도 있겠지만 몇몇은 갈 곳 잃은 연필을 손에 쥐고   '난 뭘 하고 싶지? 여기엔 뭘 적지?' 골똘히 고민하던 순간을 맞이했을지 모른다. 나는 한참을 고민해야 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고민 덩어리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무섭게 날 압박했다. 대학생 이었던 시절 역시 '꿈' 또는 본인이 '잘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거나 작성해야 할 때면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때면 내면 깊숙한 곳에서 답답한 감정이 응어리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난 꿈이 없었다.



아직, 없음.


 이상했다.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문제풀이 과정을 알려주기보단 지금 당장 답을 찾아내라는 식의 시스템. 옳고 그름은 알 수없으나 하나, 둘 답안지를 작성하는 주변 사람들.. '과연 그들은 숙고하여 정답을 쓴 것일까?'라는 의문도 잠시, 이내 나 역시 억지로 지어낸 거짓 꿈을 끄적였다.    '9급 공무원'  그 시절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면 느꼈을 것이다, 꿈을 떠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도 정해진 것이 없지만 적어낼 것을 강요받기 때문에 또 다들 적어내는 그 일반적 분위기에 거스를 용기가 없어, 할 수 없이 꿈을 인위적으로 찍어내야만 했던 그 순간을 말이다.  왜 그때, 나 그리고 우리는 그 빈칸 속에  '아직 없음' 대신에 억지로 무언가를 써넣은 것일까.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내 대답은 'No'이다.  우리는 어쩌면 어른이 된 지금도 나만의 답을 찾기보단 거짓을 써넣기 급급하고 타인의 답안지를 커닝하는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더 문제인 것은  그것이 정답인 양 살아가는 것이다. 그 어떠한 밀어냄이나 이질감 없이.  지금 당장 생각해보자, 본인은 외적인 시선에 나를 거짓으로 포장하여 그 안에 숨었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보이지 않는 'Rule'


 현세대는 사회적 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기가 꽤나 팍팍한 것 같다.  내 생각, 추구하는 가치관, 행동이 외부적 환경에 의하여 어느 정도 지배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 역시 이러한 이유로  피곤하게 사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 사람들의 일반적 생각 뒤에 쉽게 내 본연의 모습과 생각을 숨긴다.  모두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몇몇 분들 또한 외부적 시선이 신경 쓰여 본인의 본질을 숨기거나 원하는 바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던 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내 경험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우연히 한 남자가 전 세계를 돌며 찍은 여행 동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것에 강한 영감을 받아 '더 늦기 전에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1년간의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이 계획을 실행시키려면 3년 가까이 일한 나의 직장을 떠나야 했고, 부모님에 대한 걱정도 해야 했으며, 나의 안정적이고 안락한 삶을 당분간 포기해야 했다.  이 것들을 감수할 각오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떠나지 못했다. 이유는 한 가지, 주변의 시선들을 뒤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당시 내 계획을 설명했을 때 주변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말들에 대한 느낌들이다.  

A : "여행 마치고 돌아와서 뭐 할 건데?"

B : "돈 모아야 얼른 결혼하지."

C : "너 적은 나이 아니야."

D : "갔다 와서 다시 취업된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들의 의중을 고스란히 전달받고 난 후, 나는 계획을 세우며 느꼈던 설렘과 열정들 보다는 그들이 제시한 이 무난한 길을 벗어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것만 같은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게 되었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나는 나를 숨겼다.  


 이런 보이지 않는 장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이유는 왜일까?  그 첫 번째 원인으로 거스르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를 꼽는다. 한국 사회에는 보이지 않지만 암묵적인 룰이 존재해 사람들은 이 룰을 알게 모르게 의식하게 된다. 단적인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20대 남성이 대학교를 졸업하면 사회적 분위기는 그의 취업을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한다. 비슷한 예로 서른 중반이 넘은 미혼 여성에게는 결혼이라는 것이 '암묵적 룰'로 다가온다.  이처럼 곱지 않은 눈초리에 적지 않은 신경이 쓰이게 되고 그중 일부는 결국 그 '룰'에 굴복한다. 마치 개인에게 대세를 따를 것을 강요하는 느낌이며 따르지 않는 사람은 문제아가 되어버리는.. 이렇게  우리 일상에 뿌리 박혀 있는 이 사회적 분위기는 개인의 창의적 생각과 행동을 정체시키고 틀에 가두기 충분한 정도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  사람들이 온전히 본인 스스로를 위한 삶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혹은 잘 보이기 위한  삶에 가치관을 두게 된 점을 꼽는다. 대표적인 예가 SNS다.  초창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현재는 '누가 더 부럽게 사는가'를 뽐내는 콘테스트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조금 과장하여 표현하면 '내가 외제차를 타고 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에 와서 비싼 음식을 먹고 있어 어때? 부럽지?'의 느낌이 있다.  

이 부분에서 내가 느끼는 씁쓸함은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있거나 혼자만의 휴식을 가질 때 조차도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더 미화해서 다른 이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 한편에 자리 잡은 부분 때문이다. 비단 SNS에서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타인의 시선과 생각을 너무 많이 의식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로를 느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주변의 눈초리를 의식하다 보면 이내 거짓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게 된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소개팅에 나가서는 너무 아이처럼 보일 것 같아 여행기를 즐겨본다 하고 특정 직업에 무척이나 관심이 있지만 주변에서 하찮게 여기는 일이라면 ' 아 나도 그 일은 별로.."라고 말하는 상황들. 우리는 종종 이렇게 작은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를 부정한다.   


조금 덜 신경 쓰기.  


 요 몇 년간 서점을 둘러보면 인간관계에 관련된 책들이 무수히 많이 발간되었고 또 많이 팔렸다. 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런 책들이 잘 팔리는 이유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스트레스와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회도 아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녹록지만은 않다는 걸 누구나 잘 안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감과 동시에 스스로의 가치관과 개성을 표출하며 살 권리가 있다. 그것이 사회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시선 때문에 자신의 길을 포기하거나 심리적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외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배제하며 살기는 힘들지만 조금 덜 신경 쓸 수 있는 방법은있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들에 신념이 있고 내가 하고자 하는것들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 어떤 외부영향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단단해 진다. 설사 틀린 길을 걸었다 해도 본인의 선택이니 책임지고 다시 출발하면 그만이다.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명언이 있는데  정말 멋진 말이면서도 현 세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요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노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아보인다, 힘든일이 생기면 자신을 돌보기 보단 나에게 문제가 있던건 아닌지를 찾는 것에 더 몰두하는 듯 하다. 나 그리고, 나의 모든 생각과 선택을 믿는 것, 어떤 결과든 멋지게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외부의 시선앞에 당당히 당신을 보여주는 방법일 것이다. 외부의 시선에 자신의 길을 관철하려 노력하고 조금은 눈치없이 살아가는게 어쩌면 당신만의  특별한 인생을 위한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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