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할 것이다
"왜 합류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순간 멈칫했다. 호기롭게 합류한 지 일주일 만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는데, 그 복잡한 마음을 들켜버렸다.
'내가 왜 창업의 길을 택했을까?'
그토록 열정적으로 내뱉었던 퇴사의 변이 그 순간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모두의 응원을 받고 시작한 창업, 일주일 만에 나는 왜 머릿속이 복잡해졌을까?
마흔을 기점으로 찾아온 일에 대한 사춘기는 그리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쉽게 돌아오지 않는 체력, 익숙해진 것에 대한 안일함,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 나를 둘러싼 온갖 부정적 기운에서 벗어나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평소 즐겨 읽지 않았던 자기 계발서들을 꺼내 읽어도 보고, 억지로 문밖으로 나가보기도 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내 머리속을 맴도는 부정적 기운의 흐름을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지겨움과 안일함 그 언저리에서 방황하던 지난해 6월, 오랜 회친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나 독립하려고, 같이 하자! 우리 둘이 같이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순간,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파도가 일렁거렸다. 15여 년 동안 한 분야에 몸담고 있던 만큼, 더 이상 새로운 도전욕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다시금 의욕적으로 덤빌 수 있다는 생각에 막연한 자신감 같은 게 솟구쳤다. 그렇게 독립에 대한 진진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나, 먼저 회사를 오픈한 친구의 열차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의 퇴사에 주변인들은 매우 당황했다. 많이 지쳐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퇴사를 할 거라고 생각지 못한 눈치였다. 그들이 묻는 퇴사의 이유에 나는 "항상 내 콘텐츠에 갈증이 있었는데, 일을 하다 보면 자꾸 힘들고 지쳐서 내 콘텐츠를 못하게 되더라. 그래서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서, 다시금 나를 맨땅에 내려놓아 보려고 한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오랜만에 의욕적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랬던 내가 일주일 만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거다. 사실 일주일 만에 생긴 나의 감정변화의 이유를 명확힌 알 수 없다. 그냥 막상 시작해 보니, 찾아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원인일 수 있고, 먼저 시작한 동료의 뒤를 이어 시작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알 수 없는 눈치 때문일 수도 있고, 무한 책임감에서 찾아오는 압박감 같은걸 수도 있고,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챙겨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같은 걸 수도 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합류한 지 일주일 만에 달라진 얼굴과 눈치 끝에 물어본 친구의 "왜 합류하기로 결심했냐"의 질문에 선뜻 답을 못했다는 건, 분명 무언가 잘못된 건 맞으니까,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보려한다.
내가 퇴사를 하고, 창업의 길을 선택한 건, 50대, 60대에도 계속할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그 콘텐츠를 찾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고, 그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체력의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퇴사를 결심했다. 어쩌면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사라지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폐함이 찾아올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잘해왔던 나를 믿고, 함께하는 동료를 믿고 하다 보면 분명 내가 원하는 그 순간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놓인 상황에 의해 생각하며 살지 말고, 내가 생각한 대로 살아보자!
어찌 보면 그토록 원하던 내 삶의 후반기를 위한 마지막 도전일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