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자라, 잡초들 계속 자라
텃밭을 가꾸다 보면 가장 성가시고 텃밭 일에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존재는 잡초다.
무섭게 자라는 잡초가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냥 흙이 있는 곳이라면 마구 자라는 식물들은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홍천에 있는 텃밭 흙 상태가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여름이면 잡초가 아주 징그러울 정도로 빽빽하게 자란다.
처음에는 뿌리까지 뽑아서 아예 잡초를 없애보려고 했지만, 좀 시간이 지나서는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관리할 수 없고 주말에만 관리를 하기 때문에 며칠 전에는 작았던 잡초가 주말에 와보면 엄청나게 자라 있다. 그리고 잡초가 엉켜서 한 움큼 잡고 뿌리까지 뽑기란 여간 힘들다. 그래서 낫을 가지고 베는 방향으로 했는데, 이것도 더운 여름에 낫질은 조금만 해도 너무 힘들다. 그래서 제초제나 기계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텃밭이지만, 일정크기 이상이 되면, 인력으로 잡초를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뒤돌아 서면 무지하게 자리고 있는 식물들이 가끔 무섭기도 하다.
얼마나 그 안에서 치열할까?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식물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식물도 동물과 같이 본인의 자손을 낳아서 그 후대를 남기고자 치열하게 싸운다. 그렇게 생명력을 서로 경쟁하면서 누가 더 긴 생명을 살 것인가로 싸우고 있다. 흙 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 잡초들의 싸움터. 그 치열함에 놀란다.
어느 날 집 근처에 있는 뒷산에서 어떤 날다람쥐? 같은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날은 날이 좋아 뒷산으로 가 돗자리를 펴놓고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동네 아주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다가오더니 뒷 허리춤에 있는 바구니에서 나물 한 움큼을 주셨다. "와 이게 뭐예요." 했더니 취나물, 가시오갈피 등등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기억이 잘 안 난다. 데쳐서 먹으라고 하시곤 저기로는 사람이 갈 수 없을 것 같은 언덕 쪽으로 금방 날다람쥐처럼 사라지셨다.
그동안 나물 종류는 내 돈 주고 산 것은 아마 시금치 정도? 만 있었고 그 외 다른 것들을 식당의 밑반찬정도로 이미 조리가 된 이후의 것들을 봐서 어떻게 그 나물이 생겼는지 몰랐다. 그래서 집 뒷산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여기에 나물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게 됐고 또 인간의 채집 DNA가 발동되어 나도 다음에 뒷산에 가면 나물을 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뒷산에 올라가서 그 아주머니가 주셨던 나물을 캐려고 했지만, 도통 뭐가 뭔지 몰랐다. 구글 렌즈를 돌려보곤 했지만,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게 나온다. 그래도 구글 렌즈 덕? 에 둥굴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됐다. 뒷산에 둥굴레가 아주 많았다.
산에서 독초, 독버섯을 먹고 병원에 실렸갔다 뭐 그런 뉴스도 생각난다. 아무거나 먹지 말라던 마지막 아나운서 멘트도 기억난다.
그래서 아주 확실해 보이는 나물을 뜯어서 집에 가져와 데쳤다. 나물 무침을 했는데 기분 탓인지 어떤지 조금 맛보고는 나물이 원래 이렇게 쓴가?.. 이거 아닌가 싶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도시인이 아무리 구글 신의 도움으로 식물을 구분한다고 해도 섣불리 따라 했다가는 골로 가겠구나 싶었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다시 그 날다람쥐 아주머니를 만나면 구별법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 이후론 뒷산에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마당에 자라고 있는 잡초도 알고 보면 몸에 좋은 약초일 수도 있는데 내가 몰라보는 건 아닐까? 하고 헛된 희망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