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로 덮인 시간 위에 선다
오늘은 나폴리에서 폼페이 당일치기로 갔다 왔다. 나폴리 가르발디 역에서 30여분 기차로 가면 폼페이 역에 도착한다. 폼페이는 서기 79년에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서 한순간에 그 도시가 사라졌다. 1700년 동안 아무도 모르다가 18세기 들어서 발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화산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그곳은 계속 부서지고 발전되고 하면서 예전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폼페이는 생각보다는 큰 지역으로 햇빛도 쨍쨍이는 날에 돌아다니는 게 꽤 힘들다. 그래서 필수품은 양산, 물, 간식이다. 인터넷도 안 되는 지역이라 지도에 의지해서 구경을 해야 한다. 지도에 나와있는 정보도 그렇게 친절하지 않아서 가이드와 함께 구경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아직도 발굴하는 지역도 많고 아쉽게 막아놔서 보지 못하는 곳도 꽤 있다.
폼페이 길은 모두 돌길이라 걷는 게 쉽지는 않다. 양옆에 약간 위로 인도가 있고 중간에는 수레, 마차가 지나가는 낮은 길이 있다. 배수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가다가 찬찬히 지도를 보면서 보고 싶은 곳을 찍어서 봤다.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남겨진 유적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한순간에 가족, 친구, 동료, 이웃이 다 화산재에 묻혀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내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폼페이를 둘러보고 나왔는데 어느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있었다. 맛집 찾기도 어려워 폼페이 유적지 밖에 있는 아무 피자집에 갔는데 화덕이 떡하니 있었다. 이탈리아 1 식당, 1화덕이 기본 값이다. 물론 관광지답게 음식 값은 싸지 않았지만 그만큼 맛은 있었다. 다행히 거의 모든 식당의 음식 맛이 아주 좋았다. 나의 장 소화력도 다행히 제 능력을 되찾은 것 같아 기분 좋은 하루였다.
내일은 폼페이를 만들게 한 베수비오 화산을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