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안 풀리는 때가 있다. 처음에는 조금 지나면 호전되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갈수록 일은 더욱 꼬여가고 불운은 계속 이어지면서 사정없이 덮쳐온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이제 희망이란 없어 보인다. 이대로 인생은 내리막길로 가다가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며 우리의 인생도 끝나는 걸로 생각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 정말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하면서 심한 경우 인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정말 이 때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해결책이 없고 호전될 기미 역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니 항상 그렇게 내리막길로 직선으로 내려갈 것 같은 그래프는 어느 순간이 되면 거짓말 같이 바닥을 지나서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다. 내가 학창 시절에는 이런 점을 변곡점이라고 배웠다. 이런 변곡점은 우리가 예측 가능하고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있으면 견딜 수 있지만 심술궂게도 이 변곡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살아오면서 경험적으로 이 점을 어느 정도 예측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 비법이란 잘 견디어 오다가 도저히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 때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성과 논리를 다 동원해서 분석해 보아도 전혀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 때 거짓말처럼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어느 경우는 그런 순간도 인식하지 못하고 나중에 보면 그때가 터닝포인트였던 것을 인지하게 되기도 한다.
내 경우는 이런 힘든 순간이 계속되어서 이제는 돌아서겠지 하는 순간 오히려 더욱 악화되어서 마지막 절벽에서의 추락을 경험하게 되며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생각하는 순간 절묘하게 바닥을 탈출하는 기적을 맛보곤 했다.
반대로 사이클상 정점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일이 잘 되고 순조롭고 크게 재물을 얻거나 명예를 드높일 일이 있을 때 그 영광이 영원할 것 같지만 반드시 정점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다시 하강하기 시작한다. 이래서 우리 선조들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화무도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이러다 보니 인생이란 참 고달프게 생각된다. 항상 길흉화복이 반복되는 피곤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들이 믿는 신에게 기도하였다고 한다. 이런 피곤한 삶이 아닌 평탄하고 항상 일정하고 고요한 삶을 달라고…
그랬더니 신께서 이 기도를 들어주셔서 이 사람을 데리고 간 곳이 바로 공동묘지였다고 한다. 삶이 없는 이곳은 이런 사이클이 존재하지도 않는 그야말로 평온한 곳인 셈이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병원에 있을 때 신체의 어떤 부위의 움직임인지는 몰라도 일정한 사이클의 그래프가 계속 나타나면 이 사람이 의식이 없어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 순간이 오면 이 사이클의 파장이 점점 짧아지고 위아래의 진폭도 줄어들다가 ‘뚜’ 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클이 일직선으로 바뀌면 그제야 의사는 이 분이 사망하셨다고 선언하게 된다.
결국 이런 사이클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삶이란 자체가 이런 사이클인 것이다.
이제 이런 사이클을 인정하고 살면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게 된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어느 순간 다시 다가올 하강 그래프를 미리 생각하고 마음의 대비를 하게 되며, 힘든 순간에도 반드시 다시 올라갈 그래프를 기다리며 잘 참고 버티면 된다.
어느 누구도 계절이 바뀐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여름의 혹독한 폭염도 시간이 지나면 선선한 계절인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견디어 낼 수 있고, 겨울의 엄청난 추위도 시간만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항상 사이클을 타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는 것을 알면 모든 힘든 일도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이고, 또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이런 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음 어려운 시기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솔로몬에게 주었다는 그 유명한 글귀인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역시 인생이 사이클임을 보여주는 즉 어떤 좋은 시기나 어려운 시기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포기하지 말고 잘 이겨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에서는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하나님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을 주신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감당 못할 시련은 없는 것이다. 견디기만 하면 이 시련이 끝나고 좋은 시절로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굳세게 버티는 사람이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이클 때문에 인생은 힘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