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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Oct 03. 2016

태종과 세종 중에 누가 더 훌륭할까?

태종과 세종 중에 누가 더 훌륭할까?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질문이다.  어릴 때부터 국사 공부를 열심히 안 했어도 수업 시간에 대충 듣기만 했어도 모든 한국인들의 답은 한결같을 것이다.


태종은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의 뜻을 어기고 왕자의 난을 일으켜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이복동생들인 방번과 방석을 죽이고 실권을 잡았고 형인 방과(영안대군)를 2대 왕인 정종으로 즉위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이 정종의 양아들로 입적하면서 세자가 되고 결국 조선 3대 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이 사이에 바로 위의 형인 방간이 난을 일으킨 2차 왕자의 난까지 겪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된다.  그래도 인간적인 면으로 굳이 꼽자면 형인 방간을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살려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태종은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게 된다.  우리가 조선 시대 왕이라고 하면 지금의 대통령과는 다르게 강력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지금 대통령과는 상대도 안 되게 아무런 힘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조선시대 왕 중에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왕은 태조인 이성계를 포함해서 태종, 세조, 그리고 연산군 정도이고 나머지 왕들은 정승 관료들의 신권정치에 밀려서 크게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후반부로 오면서는 왕들이 항상 암살이나 독살의 위험에 노출되어 두려움 속에서 생을 보낸 경우도 많았다.

태종은 정권을 잡자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로 왕권을 구축하고 정도전에 의해서 제기되었던 관료들에 의한 신권을 억눌러서 안정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덕에 의한 안정은 아니었고 강력한 권력에 의한 공포정치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반면에 세종은 여기서 내가 별도로 언급할 필요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성군 중의 성군이다.  우리의 한글을 창조하셨고 많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켰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움을 주어서 모든 백성들이 어렵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다.  이 성군이 다스렸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그 이유가 너무나 평온하고 큰 굴곡 없는 시기 때문이라 하니 드라마 제작자 입장에서는 세종이 원망스러울 수 있어도 이 시대를 살았던 백성이나 현재의 국민들은 모두 세종대왕을 존경한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의 승부는 자명해진다.  세종대왕이 태종보다 훨씬 훌륭한 왕일 것이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비교 자체가 못마땅했다.  특히 태종의 잔인한 면은 나를 분노케 해서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와 비교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태종의 아들이 세종이라는 사실이었다.  즉 사람이 좀 잔인하고 권력욕이 넘쳤을지는 몰라도 소위 말하는 자식농사는 너무도 훌륭했다는 사실이 나를 움직였다.  특히 양령대군을 세자에서 물러나게 하고 충령 대군인 세종을 세자로 책봉한 부분은 태종이 자식들 중에 왕으로서의 재목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또 세종의 학문적인 면과 부드러운 인성을 인정한 반면 조금 우유부단하고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파악해서 자기가 죽기 전에 즉 아직 권력이 있을 때 이 부분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래서 세종의 처가인 심씨 일가를 거의 멸문에 이르게 하는데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아들대의 평화를 위해서 자기 손에 피를 묻히고 외척의 세력과의 갈등이 없어진 아들은 부드러운 성군이 되어 후세의 좋은 평가를 받게 하는 부분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태종의 노력으로 세종 때에 이르러 태평성대를 누리게 되고 세종은 조선 최대의 성군으로 남게 된다.


반면에 세종은 당대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훌륭했지만 자식농사는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큰 아들 문종은 글은 좋아하였지만 몸이 너무나 허약했고 둘째 아들은 권력욕이 넘쳐서 형의 자리를 넘보는 수준이었다.  태종과 같은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세종은 사후 문종이 죽자 둘째 아들이 자기 손자인 단종을 죽이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물론 사후에 발생한 일이지만 저 세상에서도 편히 눈을 감지는 못했을 것 같다.  특히 이 손자가 장손이고 옛사람들의 이야기대로라면 자기 제사상을 차려줄 손자인데 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손자는 가장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세종의 책임이라면 너무 심한 논리적인 비약 같지만 분명히 태종이라면 이 상황을 해결해서 자기 아들 중 후대 왕이 탄탄하게 왕권을 유지하도록 해 주었을 것 같다.  문종에게 왕위를 주었다면 문제 소지가 있는 수양대군을 어떤 식으로던지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시켰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수양대군을 세자로 책봉해서 평화로운 왕권 이양이 일어나도록 했을 것이다.


또 조선시대 성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이라는 왕조의 모든 기반을 완성시킨 왕이다.  이 분의 업적 역시 세종과 비교될 만큼 훌륭하지만 자식농사는 잘못되었는데 연산군이 그의 아들이다.

과연 세종이나 성종은 당대의 본인의 업적때문에 후대 자식들의 잘못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과거에는 나의 가치관 중에 이런 자식 교육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당대의 업적이 가장 중요했지만 나도 나이가 먹고 아이들이 커 가면서 가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식들을 어떻게 키우느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인간이란 유한한 삶을 살게 되는데 대를 이어서 이어지는 가족이나 더 나아가서 국가라는 단위로 볼 때 어떻게 후손들을 잘 양육해서 본인보다 더 나은 삶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지는 더 이상 논쟁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저 사람은 사회적으로 훌륭한 사람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았는데 이상하게 자식은 잘 되지 못했어’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자식농사에 실패한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은 당대에는 고생하고 실패하였는지 몰라도 자식농사만큼은 잘 했으니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 있지’  이 말이 차라리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나의 기도제목은 나의 자식들이 나를 능가하게 해 주시고 또 향후 손자들이 그들의 부모를 능가하는 훌륭한 사람들로 만들어 달라 이다.  이것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태종이고 국가적으로도 이런 노력으로 태종 사후  세종때 국가와 백성들이 평안한 시기를 보냈으니 훌륭한 업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태종이 세종에 절대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능가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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