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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지 Mar 20. 2023

안식월

어른도 방학이 필요하다

다음 주 작당모의를 함께 해온 직원이 만 3년을 채워 안식월에 들어간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도 내가 직원을 고용하면서도 회사는 직원의 시간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직업은 경제활동이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개인의 자아실현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선 자아실현이라는 엔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히 첫 직장은 더더욱 자신의 가능성이나 취향을 모르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 잠재력이나 재능이 발휘되고 있는지, 혹여 지치지 않았는지 되돌 보는 것도 참 중요하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직원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점점 더 큰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좋으면서도 걱정이 됐다. 그래서 오히려 회사는 괜찮으니 본인도 잘 돌보라는 말을 곁들이며, 작년 연말부터 안식월을 갖는 것이 어떤지 여러 번 물어봤다. 사실 평일에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회사이기에 만 3년쯤 되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득 끝에 처음에는 안식월이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직원이 지난달에 3월 말부터 안식월을 갖겠다고 말해 기쁜 맘으로 수락했다.


물론 4명이서 함께 하는 작은 회사이기에 인력의 1/4이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또 미리 준비해 놓고 가면 한 달 정도는 남은 사람들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마 남은 사람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쉬는 사람도 온전히 나만을 돌보며 깊은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길 바라며. 




나도 창업 전에 다닌 회사에서 3년 정도 되었을 때 안식월을 가졌었고, 그때는 5월이었는데 혼자 제주도 올레길 426km를 걸으며 참 단단해진 시간을 보냈다. 나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하루에 20km 정도 걸으며 한계에 도전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때 그 시간이 남은 회사 생활에도 어쩌면 창업을 하고 난 지금까지도 꽤 든든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직원도 안식월을 갖고 충만한 에너지를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효율만 따지느라 일주일에 7일을 일하면 장기적으로 비 효율적인 것처럼, 지금 만 3년 햇수로는 4년 차가 된 직원은 36개월을 일했는데 한 달 정도는 쉬는 게 맞다.


주변에서는 그러다가 퇴사하면 어쩌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안식월을 준다고 그 편안함에 속아 퇴사할 정도의 직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설령 어떤 생각이 들어 퇴사하더라도 그건 본인의 선택이니 아마 누구보다 현명한 선택의 결과라 생각해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아끼는 만큼 직원도 아낀다. 만약 내 진심이 곡해된다고 해서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결국 후회하게 될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안식월이 없으면 퇴사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어른에게도 방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잘 돌봐야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있고, 나아갈 방향도 선명해진다. 우리가 같이 오래 나아가기 위해서 서로를 대하는 진심이 응원하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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