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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지 Mar 30. 2023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만드는 이야기

모임 : 어떤 목적 아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좋고, 성향도 외향적인데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모여서 어울리는 것은 잘 안 해봤다. 그런데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모임은 분명히 자극이 되고,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내 일상을 지탱해 주는 모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① 고전 읽기 : 논어/대학 중용, 주 1회, 2019.4~

창업을 처음 시작하고 2-3년이 지나면서, 고된 야근에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읽기 시작했다. 책임질 것이 너무 많은 데 당시 나는 28살이었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있을 즘이었다. 논어반은 나 다음 막내가 40대 중반, 50~60대 분들이 모여있어 거의 딸 같은 포지션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논어에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서 5년째 하고 있는 모임. 여기서 포인트는 고전을 읽는 것으로 끝내면 안 되고 고전의 구절을 읽으며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고전과 내 삶을 관련짓기 시작하면 의사결정에 있어서 명확해진다. 그리고 나 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의 삶을 엿보면 삶을 예습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선생님들께서 내 롤모델에 가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② 양장본 : 독서모임, 2주 1회 2021.8~

시련을 당한 친구를 위해 책을 읽어보고자,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또 다른 친구와, 사람을 좋아하지만 책 읽기 싫어하는 공대 언니와 함께 만들었고, 지금은 두 살 어린 중학교 선생님인 동생까지 합세해 우리는 3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이 모임은 또래끼리 맛있는 음식 먹고, 수다 떨고, 책도 읽는 힐링모임이다. 그 와 중에 책에도 진심. 책을 좋아하는 사람 반, 책을 읽고자 하는데 책이랑 친하지 않은 사람이 반이라서 균형이 잡힌다.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편독이 해소되고, 새로운 작가들을 개척해가기도 하고, 궁금했지만 혼자서는 읽기 힘든 비문학들도 기일을 정해 읽으니 읽게 된다는 점이다. 약간의 강제성(책 안 읽어오면 커피사기)을 주었더니 지금은 모두 책을 읽어오고 서로의 관점이 다를 때 독서모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③ 광주 창업포럼 : 창업자모임, 월 1회 2022.6~
원래는 주변에 창업자들과 깊은 관계를 잘 맺지 않는 편이었다. 남이랑 비교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어제보다 잘하면 된다는 게 오랜 가치관이기도 했고, 직원들도 포함해서 일로 얽혀있는 사람들과는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향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또 그간 코로나 시기를 헤쳐나가느라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느라 그러기도 했고, 큰 필요성도 못 느꼈다. 그런데 작년에 우연한 기회로 함께 하게 돼서 같이 하고 있는데 다양한 창업자들을 만나는 것은 큰 영감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차수가 거듭 될수록 다양한 창업자들을 만나며 나누는 이야기가 좋다.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IR을 지켜보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돼 TO DO LIST가 늘어가는 게 좋다. 수많은 가치들 속에 분명한 정답이 없더라도, 각자가 창업을 하고 정답이라고 여기는 명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나누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심지어 정 반대의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유연한 사고에 큰 도움이 된다.


④ 독촉(독서촉구) : 독서모임, 월 1회 23.3~

멘토님이 계시고, 책을 읽고 창업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이제 딱 한번 해봤고,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포럼(200-500명)에 비해 소수의 인원이 함께 하고, 기존 독서모임(4명)에 비해서는 사람이 많다(10~15명). 각 분야의 전문가인 멘토님이 매 회 계셔서 또래와 함께하는 독서모임 양장본과는 느낌이 다르다. 창업자들이 목적을 가지고 읽는 책이기 때문에 책 선정도 아마 경영서에 집중될 것 같다. 책을 재미로 읽는 편이라서 장편 소설이 최고의 장르라고 생각하는 데 느낌에 비문학을 적극적으로 읽게 될 것 같다. 적고 보니,  꽤 많은 것 같다. 마지막 독서촉구 '독촉'에 참영할 땐 사실 고민이 되기도 했는데, 왜냐면 독서모임도 하고 있고, 포럼도 하고 있어서 굳이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창업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사실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 한 달에 8일은 꼬박 모임에 참여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진심인 것 같다.


처음 시작하면 다들 어색해서 자기의 본모습이 나오지 않기도 하고 긴장하고 있고 진도나 프로그램 따라가기에도 벅찬데 나중에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소화가 되면서 도움이 된다. 논어 수업이 제일 오래됐고, 진입장벽도 제일 높았다. 그래서 논어 수업 이후로는 참여한 모임에는 큰 고민이 들진 않았다. 또 논어 수업은 첫 모임이라서 되려 큰 고민이 없었고.


사실 한글로 읽어도 어려운 논어, 대학, 중용을 원문(한자)으로 읽는데,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읽고 해석해야 하며 모든 구절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야 한다. 그래서 중간에 들어오는 사람도 적지만, 한 달 이상 나오는 사람도 잘 없었다. 심지어 이 모임에 지금 있는 분들은 전부 논어를 읽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동안 논어를 2 회독했고, 지금은 중용을 읽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선생님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정말 좋고 삶의 많은 선택에 도움이 돼서 놓을 수 없었다. 심지어 1인 기업부터 시작했던 터라 시간도 오전 10-12시이다. 아직도 매주 목요일엔 고전을 읽으러 간다. 그 시간이 소중해 바빠도 시간을 만든다.


어렵게 읽은 논어의 구절은 마음에 깊이 박힌다. 책 한 권을 읽어도 느껴지지 않던 감동이 거의 매 시간 느껴진다. 바빠도 약속된 시간은 반드시 지키고, 바빠도 그 시간에는 그것에 대해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바쁘다는 게 모든 상황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마법의 단어라서 바쁘냐는 질문에 바쁘다고 대답하지 않으려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바빠도 바쁘지 않다고 대답하며 여유를 갖으려고 한다.


또 창업 포럼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뭐 얻을 게 없을까 하고 오는데, 창업포럼의 진정한 의미는 콩고물이 아니라 물론 콩고물도 있겠지만, 다른 창업자들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 자기의 사업과 아이템에 대해서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소개를 들을 때 나는 어떤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열정을 가진 창업자들이 만났을 때 스파크가 튀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그 시간에 집중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자리에 와서 자리를 채우지만, 못 다 끝낸 일을 생각하거나 구석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 얻어갈 것은 줄어드는 것 같다. 창업자라고 해서 모두 외향적인 성향이 아니고, 내향적인 분들도 용기 내서 무대공포증이 있더라도 이겨내고 해내는 것이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사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데, 창업 포럼에 가서 좀 더 목표 지향적으로 사고하게 된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과 나의 일상을 겹쳐보면서 더 많은 영감과 긍정적인 자극이 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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