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1일 (토) 범준탄생 82일.
1시간 후면 2017년이다. 2016년은 범준이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고대하고, 그리고 아이를 만나 적응을 하는 것으로 다 흘러간 듯 하다. 임신, 출산, 육아. 되돌아 보아도 참 쉽지 안았지만 그만큼 고귀한 생명이라는 선물을 얻었으니,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보람있는 한해를 보냈다. 늘 한해를 보내고 난 뒤에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과 발전이 적었던 시간에 대한 회의감이 컸는데, 올해만큼은 남다른 감상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낮에는 초등학교 친구인 정윤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정윤이는 나와는 다른 성향을 지닌, 에너지가 넘치며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딱 그런 선한 인상의 베필을 만나 시집을 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가는 길에 1241 버스를 타고 미금을 지나가는데, 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며 매일같이 걷던 길들을 스쳐가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은 등짝을 꽉 채울만치 큰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곧 머지않아 나의 아이와 손을 맞잡고 이 길을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어쩌면 내가 지나온 그 세월보다 범준이와 맞이할 그날들이 더 가까울꺼다.
내가 지나온 삶의 길이 직선인지, 곡선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나도 흐르고 있다. 근 몇년간 생애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기쁨과 걱정과 일상을 마주하게 되었지만, 나는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2017년도 차분하고 지혜롭게 남편과 범준이의 손을 잡고 조금씩만 성장해 나가자.
이제와 보니 '꿈많은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이 너라는 꽃을 피게 했다'는 가사는 맞지 않는 것 같다. 2016년 범준이가 내게 다가와 비루한 일상과 마음에 새로운 불을 짚이고 비로소 찬란한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