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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인지심리학

by Shaun


시선의 흐름은 감정의 흐름을 만든다

사람은 시각 자극을 무의식적으로 ‘방향’으로 읽는다. 특히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문화권에서는 좌→우의 움직임이 시간의 흐름, 진보, 성공 등을 상징한다.


Maass et al. (2007) 연구는 사진 속 인물의 방향이 인물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오른쪽을 바라보는 인물은 더 활동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되었다.

Chatterjee et al. (1999)는 시각 예술에서 우측 방향성이 관람자에게 더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감정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무의식적 선호는 브랜드 디자인에서도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 조니워커의 로고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디자인은 감정을 건드리는 방향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스플래시는 움직이는 브랜드 심리학

앱을 켜는 순간 등장하는 스플래시 화면.
이 짧은 시간은 사용자의 ‘무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다.

스플래시가 단순한 로딩 이미지에서 의미 있는 방향 정보를 포함한다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제시하는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예컨대, 브랜드의 로고나 캐릭터가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거나, 전면으로 향하는 시선을 보여줄 때 사용자는 ‘이 브랜드는 나를 앞으로 이끈다’는 무의식적 신호를 받는다.

이런 심리는 **Boroditsky(2001)**의 언어-사고 연구와도 연결된다. 인간은 언어 방향에 따라 ‘시간’과 ‘사고 흐름’까지 좌우된다. 그래서 디자인의 방향은 단순한 그래픽이 아닌, 하나의 사고 구조를 담는 구조물이 된다.




디자인 언어화는 인지적 설득의 첫 단계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전략이 힘을 가지려면 디자이너가 이를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주관에서 출발한다. “나는 이렇게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는 감각은 창의의 시작이지만, 그것이 전략이 되려면 근거 있는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왜 오른쪽을 향하게 했는가?”

“왜 특정 리듬으로 배치했는가?”


이 질문에 인지심리학적 설명이 더해질 때, 디자인은 더 이상 취향이 아닌 근거 있는 선택이 된다. 그리고 이는 브랜드 내부에서 일관성을 만들고, 외부에서는 신뢰를 만든다.




시각적 기준은 무너지지 않는 ‘지각의 골격’

브랜드 가이드는 이러한 전략을 조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틀이다. 가이드는 디자이너의 주관을 ‘공동 주관’으로 만드는 도구이며, 브랜드의 심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지각의 골격이다. 여기서의 기준은 시각적 통일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인지 패턴을 고려한 정보 구조, 방향, 리듬을 포함하는 심리적 통일성이다.




디자인은 읽히는 구조, 움직이는 언어

좋은 디자인은 감각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설명 가능해야 한다.
디자인은 '읽히는 구조'이며, '움직이는 언어'다.
우리는 이 언어를 통해 브랜드의 방향을 만들고, 감정을 유도하며, 기억을 설계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작지만 중요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디자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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