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치 Jul 23. 2023

타이타닉의 갓난아이

침몰하는 타이타닉에 조난당한 갓난아이가 된 것 같다. 갓난아이를 살리겠다고, 부모가 부모 옆 자리에 앉았던 인연이 있는 승객에게, 또 그 승객은 구명보트에 타 있는 제3자에게 나를 건네다. 차오르는 물에, 기울어지는 갑판에 대항할 수 있는 아무 힘이 없는 나는,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의 손을 타며 구명보트에 올라탔다. 아직 평안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일단은 '생존'을 했을 뿐.


지난 몇 개월 사이, 고향에서 잘만 다니고 있던 회사가 해산했다. 사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이었기 때문에, '망했다'라는 표현 보다 '해산했다'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새로운 공조직이 신설되었고, 그 조직으로 나와 동료들은 고용승계가 되었다. 웃프지만..조직의 위치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관계로, 나는 살던 집 이삿짐을 이사업체에 맡겨두고 봇짐을 쌌다. 그리고, 남자친구집에서 2주, 본가에서 2주를 지냈다. 지금은 고용승계된 회사가 있는 서울에서 근무하기 위해 서울 친구네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다.


이 불안정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정된 기반을 위해 전력을 다했던 채용이 하나 있었다. 내가 모두 해봤던 업무에 대한 경력채용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모두 기울였는데. 면접만 어느정도 보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간절함이라는 악귀가 씌웠던건가.. 정말 제대로 망치고야 말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에 어쩔 줄 모른채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의와 응원만으로 여기까지 간신히 생존해온 나는, 되돌아본다. 내가 그 동안 나의 것들이라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작가의 이전글 찬란했던 첫번째 서른 기록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