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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Jul 04. 2016

인류의 발자취를 여행하다(2)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교수이자 탐험가인 세키노 요시하루(関野吉晴)를 인터뷰한 것으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하고 싶은 일도 없이 대학에 들어갔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하는 그는,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아마존을 여행. 이후 20년이 넘도록 서른 번 이상 남미를 탐험했고 인류 이동의 종적을 좇아 위대한 여정(The Great Journey)이라고 불리는 3000킬로를 오로지 인력으로 답파. 미지의 무언가를 향한 장대한 탐험은 자신 자신에 대한 성찰의 여행이기도 했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세키노 요시하루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집과 학교를 다람쥐 챗바퀴처럼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참고 있는 사이

점점 나 자신을 알 수 없게 되었다.


평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자신을 바꾸기 위해


큰맘 먹고

다른 문화와 자연 속에 스스로를 던져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면 나 자신의 리얼한 모습이 보일 것이리라.


그런 마음으로 대학에서는 탐험부를 만들었다.

"만약 탐험부가 이미 있었더라면 안 들어갔을 거예요."


자신의 감정을 해방시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미 있는 것들을 써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탐험부를 만든 것이 자신에 대한 탐험의 시작이었다.



모조지에 부원을 모집한다고 써서 붙이고 다녔더니

열 몇 명이 모였다.


"만들기는 했지만 기술이나 지식을 가르쳐 줄 선배는 없는 셈입니다.
다른 대학의 탐험부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조사하거나
사회인들의 산악회에 들어가 보거나.

행선지는 어디든 상관없었지만 아마존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당시 와세다 대학의 탐험부가 [나일 전역 답사대]였기 때문에 그럼 [아마존 전역 답사대]로 하자고 정했습니다."


학원 투쟁이 심했던 시대라서 수업은 제대로 없었지만

각자가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모두의 밑바탕은 래디컬 했던 것 같아요.
왜? 어째서? 진짜는 어떤가?
미지의 것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이미 정해져 있는 것들이라도
진짜는 어떤가라는 의문이 있었고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죠.

시대의 바람 자체가 탐험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도대체 내가 왜 존재하는가와

미지의 세계인 아마존 탐험은 동격이었다


시대와 자신과 탐험이 삼위일체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말이에요.
만약 부모가 "산에 혼자 가고 싶다고? 그래 조심해라"라든가
"우유배달? 그래 해봐라"라든가
이렇게 자유롭게 뭐든 시켜 줬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하고 대학도 그 연장으로 자유롭게 지내다가 어딘가 평범한 회사에 취직했을 것 같아요."


역설적으로 보면

탐험가 세키노 요시하루를 낳은 것은 결국 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꾹꾹 눌러놓아도 그것을 찢고 뛰쳐나오는 게 개성이라고 했던가.


부모라고 하는 자루 속에 담긴 송곳은

자루의 단단함에 비례한 날카로움으로

평온과 안정과는 반대 방향으로 그곳을 뚫고 나왔다*.




*"嚢中の錐(노우츄노 키리)"라는 일본 속담을 인용한 말로 낭중지추. 자루 속의 송곳은 그 끝이 자루를 뚫고 나오는 것처럼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자연히 그 존재가 드러나게 됨을 비유한 말이다.


막 스물두 살이 되었을 때.


첫 해외여행이 아마존.

당시는 어디서든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고

물론 싼 여행 티켓도 없었다.


도항이 자유로워진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그때 1달러는 360엔, 가져갈 수 있는 돈은 1000달러까지였던 시대였다.


1971년.

그는 친구 세 명과 함께 아마존의 원류에 고무보트를 뛰워

5900킬로의 흐름을 따라 배를 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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