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몽상가 Jan 07. 2023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겸손을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침묵의 봄>

 시대를 초월한 가르침을 얻고자 이번에는 레이첼 카슨을 찾아갔다. 레이첼 카슨은 1962년에 출간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무분별한 살충제(특히 DDT) 살포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생태계, 이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와 화학업계, 그리고 관련 학자들의 양심에 따끔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특히, 방대한 양의 자료수집과 과학적 근거는 물론 그녀의 문학적 소질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도 손꼽힌다. 이 책의 영향으로 1963년 미국은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고,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안이통과되면서 DDT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레이첼 카슨(Rachel L. Carson, 1907~1964)은 타임스지에서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생태학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지만,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1929년 졸업을 한다. 당시는 여성이 과학을 전공하는 것이 매우 드문 시대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여성이 과학을 공부할 수 없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레이첼 카슨은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해양동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야생 동물국에서 해양생물학자로 일했다. 그러나,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하다가 1962년 침묵의 봄을 출간하지만 안타깝게도 2년 뒤 유방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Rachel L. Carson)

'고전 속에 우리가 알아야 할 지혜가 있다.'

 오래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다. 2011년 휴스턴에서 미래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 시스템사고(system thinking) 수업을 통해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성질이 있고, 구성요소(행위자, agent) 간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배웠다. 그 당시 수업을 담당하셨던 Draper Kaufman 교수님께서 “성장의 한계(로마클럽)”와 “침묵의 봄”을 필독서로 추천해 주셨다. 성장의 한계는 학기 내내 고통스럽게 읽었지만 침묵의 봄은 끝내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10년도 넘은 지금에 와서야 환경학의 고전이자 시스템사고의 철학이 담겨 있는 교수님의 추천도서를 읽게 되어 죄송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미래학 공부를 하면서 많은 논문과 책을 읽었지만, 대부분 그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고전의 내용을 다룬 자료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전문 미래학자들은 미래연구만큼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거시사를 다룬 역사책과 철학적 사유가 담긴 고전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고전은 과거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당시 지식인의 깊은 고뇌와 성찰이 담겨 있고,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결과가 담겨 있다. 그래서, 고전은 마치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족보'와 같은 존재다. 이미 고전속에 우리가 배우고 실천해야 할 지혜들이 다 담겨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나를 버려야 보인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유독성 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살포는 생태계를 파괴하니 그 심각성을 알고 자연 방제 등 다른 방법으로 해충을 박멸하면서도 환경을 보존하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별로 대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메시지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서 벗어나 레이켈 카슨이 살던 시대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용기를 발휘한 것이 알 수 있다. 


 1920년대 미국은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혼돈 그 자체였다. 지금의 시점에서 레이첼 카슨이 살았던 당시의 미국을 바라보면 '미국이 저랬단 말이야?' 할 정도이다. 여성들의 치마 길이를 단속하고, 흑인보다 늦게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인정되고, 금주법이 시행되자 불법 유통으로 막대한 돈을 번 알 카포네와 같은 갱단의 활동에 사람들은 불안했고, 우생학에 기초하여 저소득층과 흑인 여성들에 대한 강제불임시술이 합헌으로 결정되고, 진화론에 대한 교육을 금지시킨 것도 모자라 이를 어긴 교사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1870년에 흑인에게는 인정되었던 참정권이 여성에게는 1920년이 되어서야 인정되었다.


 1950년대는 뉴딜정책과 2차 세계대전으로 경제 강국이 된 미국 사회에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출현했다. 미국인 대다수는 관료화된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갔고, 그러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순종적인 성품이 사회적 윤리로 통용되던 시대가 되어버렸다. 무분별한 경제성장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지만, 관료화된 기업문화로 인해 개인보다 조직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 레이첼 카슨의 외침은 미국 사회에 일침을 가한 것이었다.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무분별하게 뿌려대는 살충제 사용을 금지해야 하고, 화학업계에 종사하는 연구자들과 경영인들은 회사 이익보다 공공의 선을 위해야 한다는 그녀의 처절한 외침은 그 당시 상황을 고려해보면 매우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과연, 지금 우리는 레이첼 카슨과 같은 도덕적 용기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변화의 힘은 도덕적 양심과 신념이다.'

 레이첼 카슨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문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여학생이 그 당시에 매우 드물게 과학을 전공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독보적인 존재였고 도전정신이 높은 여자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봄에 새가 울지 않는 것 같다는 친구의 편지 한 통이 그녀의 내재되어 있던 도덕적 양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친구의 편지 한 통이 평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대한 겸손한 자세를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회와 반성만으로는 자신의 도덕적 양심과 신념을 지켰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에 행동에 레이첼은 행동에 나섰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파괴 사례를 끈질기게 조사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와 이야기하며 자기 나름의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끈질긴 집념은 당시 화학업계의 조직적인 비난과 방해로 인해 충분히 꺾일 수 있었다. 그러나, 레이첼 카슨은 연구와 집필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러한 그녀의 끈질긴 집념과 도전정신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내가 생각할 때는 평소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지식인이 지녀야 할 시대적 양심이 그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1950년대와 1960년대는 미국 사회가 관료주의적 기업문화로 인해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보편타당한 가치 기준이었던 시대였다. 당연히 환경, 곤충, 생태계, 화학을 연구하던 사람들 또한 일자리를 제공해준 소속 회사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그들은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레이첼 카슨은 달랐다. 그녀는 그 당시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상식과 가치에 도전했고, 침묵하지 않았고, 행동으로 실천했다.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만든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곤충들의 생존방식은 인간을 보호하고 자연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동맹군 구실을 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라는 표현이 제15장 '자연의 반격'에 나온다. 가장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기억된다. 결국, 자연에 대한 겸손함을 잊는 순간, 자연의 반격이 시작된다는 끔찍한 경고를 그녀의 문학적 소질을 살려 부드럽게 전달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녀가 이렇게 당당하게 세상에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겸손의 자세와 학자 또는 시대의 지식인이 지녀야 할 도덕적 양심이 내면화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레이첼 카슨의 위대한 용기와 자연을 대하는 인류의 바람직한 태도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았다.     

새들이 울지 않는 봄... 그런 봄이 와도 슬퍼하지 않는 우리는 미래 세대들에게 과연 당당할 수 있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겸손을 잊은 민족에게도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미래 몽상가-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에디 제이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