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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Jun 27. 2023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저자는 8년간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내며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모셨다. 그전에는 대우증권 홍보실에서 김우중 회장의 연설문 작성자로 지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그의 지혜는 “대통령의 글쓰기”에 실려 세상에 알려지고, 그는 단번에 인기도서 작가가 되었다. 제목만 보면 유려하게 말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말재주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스킬(skill)이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프롤로그를 읽으며 내 생각이 또 짧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의 한계가 그 사람의 한계다’ 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 책은 말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지침서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자의 분투적 고민의 흔적에 나의 작은 생각을 담아 그 확신이 무엇이었는지를 나눠보고자 한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우리는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에 귀를 더 쫑긋 세우는 경향이 있다. 술자리에서는 뒷담화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남이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을 칭찬하면 재미가 없고, 단점을 지적하는 얘기가 왠지 더 재미나게 들리는 이유이다. ‘뛰지 마시오’, ‘만지지 마시오’ 등 우리 사회 곳곳에도 부정적인 말이 많다.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한계가 없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한 게’ 없다는 말이 있다.     

 - ‘~때문에’ 를 ‘~덕분에’로 바꾸면 中 -

  

  우리는 ‘너만 알고 있어…’로 시작하는 상대방의 말에 솔깃해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나 빼고 다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다른 사람은 모르고 나만이 알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근거 없는 소문으로 포장된 말,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 없는 말, 관찰과 평가의 경계가 불분명한 말, 남의 이야기로 가득 찬 말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경계해라. 그런 사람은 결국 그만큼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배울 점이 없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말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과 현상을 바라보고 사실과 의견을 분명히 밝히며, 객관적 관찰과 주관적 평가를 구분하여 말하는 사람을 가까이해라. 그러면 동일한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조직과 개인의 차원에서 두루두루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만장일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질서해 보이는 다양성에서 찾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우리는 닮고 싶어 진다. 그러면서 나를 자주 돌아보게 되고,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내가 또 누군가에게 닮고 싶어지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말 잘 듣고 행동하는 어른이 곧 소통이 잘 되는 어른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가르칠 수는 없다.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말은 물과 같다. 어른은 아이에게 말의 바다가 되어주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바다 말이다. 바다가 있는 한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돌부리를 만나 굽이쳐 흐르지만, 바다를 향해 간다.     – 아이의 말은 강물과 같아서 中 –


  세종은 경청의 달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런 세종에게는 언제나 허조와 같은 쓴소리 대마왕들이 곁에 있었다. 소통을 조직문화의 중요한 키워드로 제시하면서도 우리는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된다. 소통의 반대말은 불통이 아니라 고통이다. 원활한 소통의 전제조건은 경청이다. 경청이 잘 이루어지려면 듣는 사람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이 들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할 말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생기는 것이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어른답게 존중받고 싶다면 강물을 포기하지 않는 바다와 같은 인내심과,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용기를 지녀야 한다.

   

  간디의 묘비에는 “내 삶이 나의 메시지다.” 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나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보라는 의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수단으로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를 제시했다. 로고스는 논리적 설명, 파토스는 정서적 호소, 에토스는 인간적 신뢰를 의미한다. 이 중에서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즉, 말하는 사람 자체가 논리의 증거가 되면 완벽한 설득과 동의가 이루어진다.

  -리더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中-


품격 있는 소통의 시대를 위한 성찰

  과학기술이 점점 빠르기 진화하면서 우리가 맞이하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은 물론 그 변화의 폭도 너무 넓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등장하고, 인간은 기계처럼 행동하려 하는 것 같다. 기계와도 품격 있는 소통을 해야 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가 오더라도 우리는 나의 말이 곧 나 자신을 나타낸다는 점을 깨닫고, 나를 성찰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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