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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

나의 믿음직한 예보관, 송길영 작가님

by 미래몽상가

#나의 믿음직한 예보관, 송길영 작가님.

믿고 읽는 책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 작가님의 책이다.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접한 그의 강연은 언제나 ‘데이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통찰’이었다.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데이터로 짚어내며, 그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그의 통찰은 날카로우면서 따뜻하다.


송길영 작가님과의 첫 만남은 2021년 ‘그냥 하지 마라’였다. 서울 출장 중 용산역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제목과 저자의 이름에 이끌려 집어 든 책이었다.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거의 다 읽을 정도로 막힘이 없었다. 너무 공감 가는 문장들이 많았다. 혼자 소유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간절함이 솟아났다.

마침 연말 성과분석 때 초빙강연을 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친구의 지인을 통해 송길영 작가님을 직접 섭외할 기회가 생겼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올 거라는 친구의 말에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마침내 울린 낯선 번호로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작가님께서 흔쾌히 강연 요청을 수락해주셨다. 마치 유명 연예인을 초청한 기분이 들었다. 기차역으로 마중 나가고, 강연이 끝난 후 같이 점심을 먹고, 다시 기차역까지 모셔다드리면서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변 사람들은 몇백만 원짜리 시간을 보낸 거라며 부러워했지만, 내게 그 시간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감의 순간들이었다. 작가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가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카톡을 주고받고 있다. 얼마 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다시 작가님을 만났다. 반가움에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고, 바로 작가님께 카톡을 보냈다. 작가님은 기상예보를 하듯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을 미리 알려주고자 시대예보라는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통상 우리는 시대를 예측하거나 미래를 전망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역시 ‘내가 하면 남들과 다르다’는 좌우명을 가진 작가님다운 제목 선정이었다.



#1. 고령화 + 지능화 : 오래, 건강하게, 똑똑하게 사는 인간.

그는 ‘핵개인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예고하듯 시대예보의 결론을 책 제목에 등장시켰다. 다가오고 있는 핵개인의 시대를 움직이는 두 축은 ‘고령화’와 ‘지능화’이다.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며 가장 중심이 되는 키워드다. 혼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시대에 걸맞게 나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배우고 시도해야겠다는 강한 자극을 받았다.

고령화와 지능화로 우리는 예전보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똑똑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작가님이 말하는 고령화와 지능화는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는 힘이었다. 예전에는 조직이 개인을 키워준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이제는 조직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나를 재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AI라는 친절한 동료가 나의 결정을 돕고, 나의 한계를 넓혀주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핵개인의 시대란, 기계보다 느리지만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이 스스로의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었다.



#2.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나의 또 다른 나.

요즘 업무를 하다 보면 이 문장이 자주 떠오른다. AI가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는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코파일럿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작가님은 AI를 대체자가 아니라 확장자로 바라본다. AI가 내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창의적인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 존재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매일 수많은 AI 도구와 함께하고 있다. 회의록을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프로그램, 보고서 초안을 도와주는 도구, 텍스트를 음성과 영상으로 변환시켜주는 앱들까지. 그들은 전원만 공급되면 절대 퇴근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무엇을 할 것인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인간의 역할이다. 핵개인의 시대는 결국,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잘 협력하는 사람의 시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3. 채용이 아닌 영입. 함께할 이유가 있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조직이 사람을 뽑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스펙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이유, 즉 개인의 신뢰도와 성취의 질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인재를 만나왔고, 운이 좋게도 숨어 있는 고수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결국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게 주어진 일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떤 인풋(input)이 들어와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통해 범용 가능한 아웃풋(output)을 만들어내는 공통점이 있었다.


핵개인의 시대는 바로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조직이라는 울타리 안에 숨어 있던 조직원이 아니라, 스스로 무게중심이 되어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조직은 그런 사람이 지원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 영입하려고 시도한다. 송길영 작가님이 말한 ‘영입’의 개념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나는 채용될 사람인가 영입의 대상인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4. 돌봄의 회계. 관계의 온도를 새로 계산하는 법.

우리는 늘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간다. 가족, 동료, 친구, 그리고 나 자신까지. 그런데 돌봄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 재배분 문제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은 더 이상 효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서로의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고, 지속 가능한 관계로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다. 나 또한 부모님 세대의 노후와 딸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면서, 가족 안의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핵개인의 시대는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관계를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언어가 필요한 시대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만, 내 스스로 나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핵개인의 시대에서 돌봄이란 결국 나를 먼저 튼튼하게 성장시키는 다소 이기적인 자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름길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은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한 꾸준한 운동, 정신적으로 맑아지기 위한 폭넓은 독서다.


#5. 5분 존경 사회와 마이크로 커뮤니티 : 짧게 증명하고, 길게 연결하기.

작가님은 5분 존경 사회라는 표현으로 오늘의 인간관계를 설명한다. 긴 설명보다 짧은 증명, 그리고 한 번의 경험이 모든 걸 결정짓는 시대. 나도 일하면서, 누군가와의 첫 미팅에서 5분 안에 신뢰를 얻느냐가 이후 모든 결과를 좌우한다는 걸 여러 번 느꼈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자신을 길게 설명하지 말고, 짧게 증명하라고.


이 말은 단순히 자기 PR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다. 내가 가진 기술, 가치, 경험을 끊임없이 다듬고 갱신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이크로 커뮤니티, 즉 작은 신뢰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시대에서 살아남는 힘은 거대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연결된 몇 사람과의 지속적인 대화에서 비롯된다. 결국 핵개인의 시대는 혼자 자립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자립하는 시대다.



#거대한 흐름은 내 안에서 시작된다.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는 거창한 미래 담론의 책이 아니다. 지금 내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고령화와 지능화라는 두 거대한 물결은 비가역적인 흐름이다. 한 번 시작된 변화의 흐름이 멈추고 거꾸로 흘러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 냉정하지만 그 변화는 내 사정을 봐주거나 동정해주지 않는다.

조직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또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나는 이제 집단의 일부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자아로 홀로 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끊임없이 증명하고 연결해야 한다.


송길영 작가님은 시대를 예보했고, 나는 그 예보를 받아들여 내 삶의 일기예보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나의 날씨를 결정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미래는 거대한 파도가 아니라, 내가 오늘 선택한 파동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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