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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호 May 13. 2016

진격의 테슬라

지난 4월 테슬라가 발표한 보급형 세단 '테슬라 모델3'는 1년이 넘는 대기기간에도 불구하고 사전예약자수가 40만 명을 돌파했다. 그 40만 명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연간 생산량이 5만 대에 불과한데, 40만 대를 다 출고하려면 2020년은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언맨 일런 머스크는 이번 1분기 3262억의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공장시설을 확충해서 2018년에는 연간 50만 대, 2020년에는 연간 100만 대 생산력을 갖추겠다고 했다.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

 신문 기사같은 지루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좀 더 재밌는 얘기로 들어가보자. 모델3의 예약주문이 폭주하던 4월초에는 국내언론사들이 이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바빴다. 기존 전기자동차의 수준을 몇 단계 뛰어넘는 혁신에 엄청난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불과 1주일이 지나지 않아 기사들의 논조는 테슬라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꼈다. “찻잔 속의 태풍”, “양치기 소년”, “오작동 논란”, “사상 최악의 실적” 등등… 이미 애플 관련 기사에서 많이 보아온 문구들이다.

 국내 기득권 세력이 애플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막으려고 했던 사례들이 떠올랐다. “보조금을 못받는다”, “국내 출시가 확정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충전소 확충이 힘들 것이다”같은 불안한 말들이 떠돌며 나같은 테슬라 예약자들은 걱정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틀 전에 나온 이 기사는 우리가 테슬라를 얼마나 과소평가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테슬라, 한국 진출 첫 파트너로 KT와 손잡다]


 테슬라의 핵심기술인 ‘스크린 안에서 모든 것이 조작가능한 대시보드’를 위해서는 무선통신 연결이 필수이다. 미국에서는 AT&T와의 계약으로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인터넷 연결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KT와 손을 잡았다는 내용이다. 공식 발표가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다. 사물인터넷과 헬스케어 등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당장 수익창출이 쉽지 않은 통신사, 특히 KT에게 전기자동차는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일 것이다. 이미 KT는 7년전 아이폰 출시를 통해 ‘만년 2위’, ‘지루한 공기업’의 이미지를 상당히 개선하는데 성공한 전력이 있다. ‘전기차’를 넘어서 ‘자율주행’을 향해 발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테슬라와 사물인터넷에 주력하고 있는 KT는 환상적인 궁합이다.

 기사에 나온 이동식 충전시설 10만 개는 허풍이 아니다. KT는 전국 구석구석에 깔린 광케이블망과 무선통신망, 그리고 그것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기공급망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과거 전화국 시절부터 유지해오던 유지비가 많이 드는 골칫거리 KT플라자가 전국 곳곳에 있다. KT플라자의 주차장에 전기차 급속충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골칫거리인 공중전화박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전국에 깔린 멤버십 제휴 커피숍들의 주차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이미 미국에서 커피숍과의 제휴를 통해 주차장에 30분 급속충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테슬라의 한국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인프라 구축을 KT가 대신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산업의 반발을 불러온다.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여전히 여러 국가에서 핫이슈이다. 얼마전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핫이슈였던 콜버스 사태는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우리나라가 그런 충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 역시 이런 충돌을 겪고, 같은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테슬라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의 반발을 어떻게 돌파해야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테슬라의 이런 영민한 움직임 때문에 테슬라 돌풍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와 KT는 기존 산업의 반발이 심할수록 기쁠 것이다. ‘소비자를 위해 거대 공룡과 싸우는 혁신의 전사.’ 얼마나 멋진 이미지인가. 기존 정유업계와 현대기아차, 정부가 테슬라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현대기아차가 삼성전자만큼 역량이 있는 기업인지를 증명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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