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월요일,
맨발로 초등학교 운동장을
우산을 쓰고 걸었다
아이처럼 하려니
어른이 된 것 같고
아니 어른도 못 된 것 같고
발밑에 젖은 흙의 감촉만이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만져진다
사람은 참 외롭구나 생각하면서
두 바퀴 더 돌다가
발이 시려서 발을 닦았다
예전 같으면 없는 친구라도 불러내어
술자리를 만들어서
사는 얘기 하느라 비에 젖었을 텐데
그동안 흐른 것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
비 사이를
오래 입어 외투 같은 마음이
뚫고 지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