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칼럼
아래의 글은 디지털타임즈의 'AI 디자인에는 감성인식이 없다'라는 칼럼글의 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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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 중심의 제1차 산업혁명은 숙련공 기반의 공장제 수공업을 무너뜨렸다. 고액의 숙련공이 없어도, 소수의 비숙련공만으로도 기계는 일정 수준 품질을 유지하며 생산성은 올라갔다. 결국, 숙련공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제 수공업의 시대는 사라졌다.
최근 언론기사와 전문자료 등을 보면 AI 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직업 중에 디자이너가 우선 꼽힌다. 디자이너는 하루에 몇십 장의 아이디어를 그려내기 어렵지만, ‘미드저니’, ’ 달리 2’, ‘스테이블 디퓨전’, ‘어도비 파이어 플라이’ 같은 이미지 생성 AI는 몇백, 몇천 장의 최종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도 18세기 숙련공처럼 없어지는 것인가? 이는 AI를 ‘컴퓨터비전’ 기술로만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AI의 시대에 디자이너는 기업과 사회를 위한 감성 전략의 핵심인재로서 탈바꿈할 것이다.
AI는 산업적 활용 관점에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가 있다. 둘째, 사물의 이미지를 인지하고 그려내는 ‘컴퓨터비전(Computer Vision)’으로 나눌 수 있다. 컴퓨터비전은 디지털 이미지, 비디오 및 기타 시각적 입력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다양한 작업을 실행한다. 이는 인간의 시각화 과정과 디자인 절차와 메커니즘이 거의 같다. 컴퓨터비전에서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의미인 '목적에 따른 시각적으로 실체화'라는 개념과 역할을 인간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현재의 디자인은 그 역할과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 제1차 산업혁명때의 디자인은 대량 생산된 제품의 시각적 차별화가 중요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에서의 디자인은 초개인화되는 개개인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 되면서,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는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애플이나 다이슨, 국내 배달의 민족 같은 기업의 성공 요인을 이러한 ‘디자인적 감성 인식’ 역량에서 꼽을 수 있다.
사람의 감성 인식은 자연어처리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감성 인식은 다양한 과학적 시도를 하지만 정해진 답이 없고, 고유의 비정형성으로 어렵다. 데이터 과학자들도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의 감성을 수집, 가공하는 분야라고 한다.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성 데이터는 무의미한 결과를 만든다)’이라고 AI에서 좋은 자료를 수집, 가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양질의 감성을 인식하려면, 기계적으로 감성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감성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디자이너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사람의 감성을 이해한다. 디자이너의 뛰어난 감성 이해 역량의 경영학적 접근이 ‘디자인씽킹’이고, 디자인 분야에서는 ‘사용자경험’과 ‘서비스디자인’으로 나타났다.
감성이 중요한 AI의 시대에 혁신적인 서비스, 제품, 사업, 정책 등을 만들려면 디자이너가 가진 ‘감성 인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자연어처리, 감성 인식은 생소하다. 디자이너가 18세기 숙련공처럼 되지 않으려면, 자연어처리 분야의 감성 인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디자인산업 정책으로 컴퓨터비전이 아닌 자연어처리 분야의 감성 인식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애플이나 다이슨 같은 감성 중심의 선도적 기업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