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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May 11. 2024

우울할 땐 일단 일어나 걷기

요즘은 걷기 참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어린이날과 어린이날 대체휴무날에는 오래간만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헬스장이 열린 줄 알고 우산까지 쓰고 집을 나섰다가 휴무라는 걸 알아채고 바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나쵸 과자와 이온음료를 샀다. 그리고는 집에서 지구마불 세계여행2를 정주행 했다. 4화까지 보니까 오후 네다섯 시쯤 되었던 것 같다. 너무 누워만 있었더니 머리가 띵했다. 먹고 누워 예능프로그램을 보기만 하는 내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좀 걸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야. 이런 거 보면 집에 하루종일 있는 집순이는 못되나 봐. 후드집업을 대충 걸치고 맨발에 쪼리를 신고 우산을 썼다. 그리고 집 주변을 거닐었다. 비가 오니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좋았다. 걸으니까 잡생각이 정리되면서 몸도 마음도 가뿐해졌다. 날이 화창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흐린 비오는 날도 그럭 저럭 괜찮았다.


최근에는 헬스장에 가지 않는 날이면 한 시간씩 중랑천을 걸었다. 그 말을 들은 지인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저는 혼자 산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혼자 걸을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출퇴근 할 때는 목적지가 있으니 걷는데, 산책은 목적지가 없잖아요.“


그 말에 나는 답했다.


“목적지 없이 걷다 보면 생각 정리도 잘 되고 기분이 좋아져요. 요즘 날씨도 좋잖아요. 저녁에 걸으면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서 더 좋더라고요.”



목적지 없이 혼자 걷는 행위는 명상하는 것과 닮아있는 것 같다. 오래전에 <숨 쉬듯 가볍게> 저자이자 명상가인 김도인님의 명상 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다. 모든 회기를 다 채우지 않고 몇 번만 나가긴 했었지만 생각을 비우고 나의 호흡과 몸의 반응에 집중했던 것이 떠오른다. 혼자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수많은 생각이 퍼즐 맞추듯 맞춰지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해지기도 하고, 느껴지는 바람이 좋다고 느끼기도, 앙상했던 나무들이 초록빛으로 언제 이렇게 물들었나 하며 시간 참 빠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은 집안에서 골몰하던 문제들이나 힘들었던 감정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나와 감정을 바라보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의 감정이 올라온다.


김미경 강사가 지식인사이드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김미경 강사는 지금처럼 강사가 되기 전,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처음 대출을 받아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말에 힘을 냈다고 한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못 일어나. 열 명중에 한 명도 못 일어난다? 왜? 힘드니까. 그런데 힘들 때 일어나는 사람은 열 명중 한 명도 안 돼. 그래서 인생은 일 어기만 해도 풀려.“


그래. 우선 침대 밖을 나가야 한다. 기분이 한없이 침잠하는 날 집밥을 먹고 30분이라도 나가서 걸어보자. 생각보다 잠깐 걸어서 얻는 긍정의 기운이 정말 크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진리다. 일어나서 한 발 한 발 몸을 움직이며 소중한 내 몸과 마음을 잘 돌봐주자. 나를 위한 이러한 일상 속 작은 실천이 우리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는 게 아닐까?





오늘도 제 글을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의 댓글과 공감은 제가 글을 쓰는 큰 원동력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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