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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Feb 04. 2024

아버지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이 지났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이 지났다.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안방 침대에 누워있으면 아버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소파에서 티브이를 보시다 잠이 드시곤 한다.


 밤이 되면 소파에서 잠이 드신 어머니를 안방의 침대까지 인도해 드리고 거실의 티브이를 끄는 것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


 지난 일월은 일적으로도 무척 바쁜 시기였지만 시간을 쪼개서 아버지의 사망신고와 은행 업무 등 여러 가지 일들도 처리해야 했기에 정말 아무런 여유가 없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께서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십여 년 만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가 있는 진주에도 다녀왔다.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것은 가능한 다 해드리려고 한다. 결국 아버지께서 가장 원하신 것은 그것이겠지 싶어서.


 *


 아버지께서 입관하시기 전에 차가워진 아버지의 볼에 입을 맞추었는데 그 촉감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않으셨고 아버지의 죽음은 티브이에서 봤던 것처럼 극적이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없음’으로 가는 과정은 모든 것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나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내내 격렬한 슬픔에 휩싸여 있지는 않지만 문득문득 ‘없음’을 마주하면 거대한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 거대한 무력감이라고 하는 것은 나를 위험한 곳으로 인도한다.


 *


 한국에서는 자주 숨이 막히고 지나치게 자주 마주치지 않고 싶은 것들과 마주친다. 나는 한국에서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부산에도 자주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이제 약 보름 후에는 태국의 에이전시와 약속한 일들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을 한다. 이번에 출국을 할 때는 짐을 간소하게 싸서 그간에 계획만 하고 가보지 못했던 여러 도시들을 오가며 지낼 생각이다.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의 새로운 파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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