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남은 건 후회와 혼돈 뿐
2022년도 벌써 열흘이 지났고,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고 느낀다. 아니, 2022년이 온 건 너무 좋은데 2021년을 도대체 뭐하면서 보냈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돌아봐도 2021년에는 그저 흩날리고 부대끼고 나부끼고 치이고 그런 인생밖에 못 산 것 같아. 게다가 2021년 동안 브런치를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도 지키지 못했다. 공약 걸어놓고 못 지키는 거 너무 쪽팔려하는 사람이라 사실 다시 브런치 손대기도 싫었는데 그래도 어쩌다 보니 긴 글을 쓸 만한 곳은 브런치 뿐이어서 다시 돌아왔다.
어쨌든 그래도 2021년의 회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남겨놓지 않으면 나중에 다 잊어버리게 돼서, 그 때의 기분도 감상도. 외부적인 부분에 대한 회고는 이 글로 갈음하고, 내게 큰 영향을 끼쳤던 것들에 대한 회고는 따로 써볼까 한다.
2021년에는 와디즈와 와디즈와 와디즈로 점철된 회사생활이었다. 4월의 차르르 올인원 셋업을 시작으로 앵콜 펀딩과 바른속옷 2, 젤라또 팬티 2까지. 젤라또 팬티는 지금 진행 중인데 그동안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될 수 있을지 다양한 부스팅 액션을 넣어봤다. 새소식부터 광고 이미지, 썸네일 테스트와 리워드 구성 설계까지 손이 정말 많이 간 프로젝트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1주만에 준비해서 심사 신청 넣고 서류 심사와 스토리 심의 거치는 동안 추가 수정을 진행하면서 엄청 빡세게 달렸는데 의외로 잘 되고 있어서 조금 놀람. 처음 차르르 오픈할 때는 진짜 준비가 많이 필요했는데 이젠 프로 와디즈러가 되어버림 ;;
회사 동료들과 더 가까워진 것도 2021년의 수확 중 하나인 것 같다. 올해 부서이동을 두 번이나 했고 두 부서의 팀원들과 제법 가까워지면서 2021년 마무리할 때에는 소소하게 선물도 준비했다. 포춘쿠키 글귀를 직접 써서 주문 제작하고, 북마크를 고르고 사람마다 엽서를 써서 선물했는데 그걸 받고 기뻐하는 동료들이 너무 귀여웠고 기분이 좋았다. 포춘쿠키는 처음 해 봐서 재미있었다. 연애하게 되면 이런 거 소소하게 하나씩 해 줘야지 하는 생각하면서, 언젠가의 연인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보는 중이다.
새로운 친구들도 생겼다. 새롭게 알게 된 친구들은 제법 귀여운 편이다. 매일매일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가끔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일 있을 때나 감정적일 때 연락하는 친구도 있는데 모두들 내 기분과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해 봐 주는 친구들이어서 매우 고맙다. 참고로 새롭게 알게 된 친구들의 대부분은 원숭이띠라서 내 마음대로 2021년은 원숭이의 해인가 하고 명명해봤다. 원숭이띠 좋아.. 우리 둘째조카도 원숭이띠라서 그런가 ㅋㅋㅋㅋ
잘 놀았다. 술도 많이 먹고 여행도 가고 전시든 공연이든 해 보고 싶은 건 다 해봤다. 2020년에 함께하게 됐던 연인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와 취향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느라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만끽한 2021년이었다.
글은 하나도 안 썼다. 대신 그동안 안 읽었던 것들을 읽어 보았다. 표현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서 즐거웠다.
2021년에 갔던 전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는 역시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였다. 섬세한 그림이었고, 풍경이었고, 때마침 여러 가지 일로 감정적인 부대낌을 겪는 중이었던 상태여서 엄청나게 힐링했다. 그 때의 음악과 함께한 사람과 분위기와 대화가 모두 완벽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2021년이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