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야만 하는 이유
그의 자전거가 달려나갈 때 나의 마음도 달려나가고, 그가 멈춰선 듯 머뭇거리면 나의 눈도 따라서 멈췄다. 그의 발걸음이 한 마을에 멈춰서 있으면 그곳에 나의 마음도 고여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김훈 작가와 길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독서는 작가와 함께하는 여정이고, 동행이다.
두런두런, 이 책을 읽다보면 귓가에 그 단어가 새겨진다. 자전거를 힘차게 내딛으며 산골마을 구석구석 사람냄새 폴폴 풍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작가.
김훈 작가는 그런 사람이다. 어딘가 무뚝뚝하지만 굵직굵직한 글귀들이 원시적으로 마음을 치고 가는 사람. 그런 묵직한 표현들에는 사람을 향한 자잘자잘함이 녹아있다.
표현은 거칠지만 마음 속 자상함과 인간미가 넘치는 우리내 아버지들처럼. 김훈 작가와 그의 글이 그렇다.
자전거야만 하는 이유, 오토바이, 자동차가 아닌 이유가 바로 그렇다.
기계의 힘을 이용해서 후르륵 지나가버리는 무심한 풍경. 그 한 장면 한 장면을 작가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오로지 두 발의 힘을 이용해 인간미에서 인간미로 나아간다.
자신의 노력을 들이는 자연스런 힘으로.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기꺼이 공을 들이는 두 발의 힘으로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아니어야 하는 이유, 자전거야만 하는 이유.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진정성과 인간미. 자전거는 그걸 싣고 나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그 감정을 오롯이 느낀다.
자전거 바퀴로 흙바닥에 내는 자국들이 인간미와 사람다움으로 국토와 강산에 길을 뚫어대는 따뜻한 온기 같다.
땀과 땀냄새가, 호흡과 호흡이 만나는 공간. 그 여정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바람에 실려오는 풍경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과정은 두 발이 움직이고 나서야 몸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자전거는 내 마음 속에서 10년 만에 완주를 마쳤다. 국토를 넘나들며, 산맥과 강산을 어렵싸리 힘겹게 패달질하던 힘겨움과 고난스러움이 이제서야 끝났다.
추운 겨울,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나를 국토순례 시켜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제는 사람의 온기로 나아가는 자전거가 나의 마음 속에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10년 만에 완독을 마칠 수 있었던 건 '브런치 라이브독서'의 힘이 컸던 것 같다. 여담으로 자전거여행2를 읽고 있는데 남편이 지나가면서 말했다.
"올해도 그 책은 글렀어. 영원히 못 읽을거야."
아...그때 5만원빵이라도 할걸.
앞으로도 완주하지 못 했던 책들을 위주로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열하일기, 탐식의 시대, 풍미일기 등 꽤 두꺼운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자기전, 새벽 12시가 지나 독서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1월 1일을 넘겨 2일 새벽에 라이브독서 기능을 켜고, 새해를 독서와 함께 힘차게 시작해보겠다는 포부가 있었으나.
오전 11시 기능 오픈인 걸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2일은 춘식이가 없다. 결국 2일이 넘어가는 3일 새벽에야 자기전 책을 폈다.
그래도 좋다. 자기전 독서가 기다려진다. 덕분에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고,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든다. 불면증 치료에 특효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