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술을 빚었다.

술맛 나는 프리미엄 한주 / 따비 / 백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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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누룩, 찹쌀 그리고 영혼. 전통주를 빚을 땐 그것만 있으면 된다.


소주는 쓰다고 술맛도 모르던 내가 전통주에 빠진지는 10년이 넘어간다. 처음 맛 본 오메기술의 향과 맛에 반해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그 길로 전통주연구소를 찾아가 술 빚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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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된 타이밍이 2016년, 딱 그쯤인 것 같다.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책인데. 저자께서 브런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계신단 건 나중에 알았다. #백웅재 #브런치 #푸드분야크리에이터 https://brunch.co.kr/@alteractive


저자는 우리술, 전통주를 한주(韓酒)라 불렀지만 입에 잘 붙지 않는다. 전통을 현대에 맞게 계승해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100% 공감가지만 왠지 낯설다. 그래서 난 아직도 우리술, 전통주라 부른다.


스피릿 Spirit
서양에서는 증류주를 스피릿이라 하던데. 그만큼 알코올, 술에 담긴 정수에는 신이 주시는 자연의 영혼이 담겨 있다. (제가 믿는 신은 주신, 酒神 입니다.)


10년 전, 이 책을 처음 열었을 때만해도 우리술이 갓 조명을 받을 시기였다. 국가정책으로 시작한 한식세계화와 함께 신생양조장, 지금에 비하면 그리 다양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전통술들이 아름아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시기였다.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은 화학주는 처음 만들어진 물성 그대로 사람을 급히 취하게 만든다. 그러나 천천히, 자연스럽게, 공을 들여 빚여낸 전통주는 향긋한 내음으로 술을 음미하게 만든다. 취한 듯, 취하지도 않은 지경. 딱 거기까지 사람을 자연스럽게 욕취미취지간(취하고 싶으나 아직 취하지 않은 상태)에 끌어다 놓는다.


전통주에선 단맛이 많이 난다.


그런데 난 이 맛이 오히려 과음을 방지하는 좋은 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 단맛은 질려서 많이 먹지 못한다. 그 말은 차처럼 술도 단맛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지 않았을까? 혼돈주가 있었던 조선시대엔 몰라도 어쩌면 고려시대, 삼국시대엔 그렇지 않았을까? 우리술의 시작은 그러했지않았을까? 우리술의 문화가 그렇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저자는 우리민족이 음주가무의 민족, 예술을 좋아하고 흥이 많은 민족이라 말했다. 나는 전통주가 그런 흥을 돋우는 하나의 문화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도 술문화라고 책 속에서 말했다.)


식민지시대, 산업화시대를 겪으며 자연스럽고 천천히 빚는 전통주는 말살되고 빠르고, 유통이 편한 화학주의 시대가 우리를 점령해 버렸다.


어쩌면 전통주를 되찾는 다는 건 우리문화를 되찾는 하나의 복원사업이 될 지모른다. AI시대에는 향이 섬세하고 많이 취하지도 않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키는 전통주가 더 각광받을지 모른다. 우리문화와 합일되는 전통주의 시대가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저 취하기에만 급급하고, 전통주도 화학주도 아닌 이상한 술들이 난무하고. 그래도 예전보다는 신생전통주, 더 힙해진 한주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정말 10년 전에 비해서 한주의 르네상스라고 느껴지는데 완전한 전통주가 아닌 것들도 너무 많아졌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해외에 기반을 둔 우리술도 많아졌다. 약간 케대헌 같다고나 할까?


왠지모를 뿌듯함, 하지만 어딘가 서운한 구석이 있다. 우리술이 세계적으로 대중화 되는 그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2026년은 본래 우리의 술문화를 찾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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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영혼이 빚는 그리움

마음의 공허함을 향기로 채운다.

아득한 그리움으로 채운다.

술이 마시고 싶다는 건 영혼의 갈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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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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