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느리지 않게, 너무 빠르지도 않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 날
길 위에서 3초 동안 비를 실감했던 찰나의 여유..
종일 뭘 하느라 바빴고, 혼이 빠졌었다.
겨우 모든 일을 끝내고,
길 위를 걷고 있는 순간에
문득, 길바닥에 빗방울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우산까지 쓰고 있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누구였는지...
무엇 때문에 나는 그렇게 종일 바빴는지
사는 게 가끔 나에겐 너무 빠른 템포로 느껴져서
그 박자를 따라가기 벅찬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나를 추월해 간다.
그럴 때면, 나는 속도를 더 줄여본다.
그들의 속도를 뒤에서 보다 보면
어지러웠다가, 또 무리해서 속도를 내보았다가.. 끝내는 지치고 만다.
삼십 년도 넘는 시간 동안
남들의 속도로 달려도 보았고,
기어가는 속도로 뒤쳐져도 보았고,
적당히 휩쓸려 안전 속도로 걸어도 보았다.
그런데, 늘 숨이 찼다.
늘 남의 속도에 맞추는 내가..
빠르던, 느리던,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속도를 맞추느라 버거워서..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느라..
내게 적당한 속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제 나는 그냥 힘이 날 때, 속도를 붙여 보았다가
힘이 빠지면 또 속도를 늦추어 본다.
이제야 좀 편안하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들이 날 추월하든, 내가 누구를 추월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 순간에 내가 어느 속도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의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
그 순간순간에 맞추어 나의 속도를 잘 조절하면서 살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