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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Sep 22. 2019

베 짜기

초등학교 1학년 수업 이야기(3)

추석 전에 베 짜기 수업을 했어요. 2학기 가을 교과에 '추석빔'이라는 차시가 있는데 주요 활동이 색지로 베 짜기랍니다. 


우선 베 짜기의 '베'는 삼베옷의 '베'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고, 학습용 사이트의 '땀과 눈물로 만드는 옷감 삼베'라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삼베옷을 만드는 데 엄청나게 긴 과정이 있었습니다. 

1. 삼(식물) 기르고, 수확하기 

2. 수확한 삼잎 찌기

3. 쪄낸 삼 바짝 말리기

4. 말린 삼을 물에 불린 후 껍질 벗기기

5. 5일 정도 햇볕에 말리고 밤에는 이슬 맞게 하기

6. 삼껍질을 손톱으로 가늘게 찢기(삼 째기)

7. 삼 올을 긴 실로 만들기(삼 삼기)

8. 물레질하여 실타래로 만들기 

9. 실을 짤 수 있도록 손질하기(베 날기)

10. 된장과 좁쌀로 바르기(베 메기)

11. 베 짜기(한 필을 짜는 15일 소요)

12. 마무리 손질하기(깨끗한 물로 여러 번 헹구고 다시 말리기)


"이 중 11번째가 바로 우리가 하는 '베 짜기'에요. 우리는 삼 대신 종이로 베 짜기를 해보겠어요."라고 설명을 했더니 아이들이 조금 더 숙연해지는 모습입니다. 그냥 색지로 베 짜기 수업만 했다면 가로 세로를 엮는데만 몰두했을 텐데, 삼베옷 만드는 과정 전체를 먼저 알고 나니 옷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는 듯 진지해지네요. 


바탕이 되는 종이
실 역할을 해 주는 띠 색종이


전 날 보조선생님께서 바탕이 되는 색지와 띠 색종이를 모두 만들어주셨어요. 센스 넘치는 보조선생님이 개인 사비로 사 오신 체크무늬 색종이 덕분에 베 짜기 옷이 더욱 감각적으로 탄생! ㅎㅎ 


준비물은 일단 넉넉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색깔도 다양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취향대로 고를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려고 3~5가지의 옵션을 준비합니다. 선택하는 능력도 자꾸 해 봐야 키워지니까요. 


여기서 팁 하나. 자녀가 다닐 초등학교를 고민하고 계신 부모님들은, 그 학교에 학습 준비물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아니면 저희 학교처럼 수업 준비 및 보조를 도와주는 보조선생님이 계신지 살펴봐주세요. 수업 준비물을 해 주는 분이 계시냐 안 계시냐에 따라 수업의 질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제가 시범 삼아 만든 추석빔.

이렇게 교사가 만든 것을 하나 보여주면, 아이들은 더 잘 만듭니다. ^^


평소 재치 넘치는 S가 갑자기 자신의 베 짜기 옷에 종이를 잘라서 올리더니
바둑판 위 알까기라네요.^^


자신만의 추석빔 옷을 만든 사진은 학급 밴드에 올려두었어요. 아이들 얼굴을 인쇄한 후 교실 뒤 게시판을 꾸몄습니다. 다음 날, 아이들은 자신의 추석빔 위에 자기 얼굴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며 더욱 신나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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