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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Jun 06. 2023

네이버 해피빈 모금에 500만원 후원받은 노하우

사회복지사 역량 키우기 프로젝트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는 업무 분야가 있다. 바로 후원과, 모금 업무이다. 실제로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라면 다 공감할 것이다. 후원처를 개발하고 모금을 하는 과정이 얼마나 부담이 많이 되고 어려운 일인지. 


이번 글은 최근 모금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모금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과 생각을 적은 글이다. '이렇게 하면 무조건 모금이 잘 된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 봤는데 성과가 잘 나왔으니 한 번 참고해보면 어떨까요?' 하는 마음에서 글을 정리했으니 한 번 봐주시면 좋겠다.



이번에 복지관에서 진행한 모금은 노숙생활을 오랫동안 하시다가 당뇨로 인해 다리절단을 하게 된 한 장애인 분의 병원비를 지원하는 모금이었다. 병원비가 약 500만원 정도가 채납되어 있었고 근로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병원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모금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모금액순 네이버 해피빈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5백만 원을 목표로 모금을 진행하였고 모금 결과 총 5백만 2천9백 원이 모금되었다. 모금 총액 자체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고 또한 더 놀라운 것은 모금애 참여해 주신 기부자들의 숫자였다.



전체 기부참여 내역



기업 참여 1건을 포함하여 총 1032분의 기부자분들께서 모금에 참여해 주셨다!  총 후원금 금액 또한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전체 후원자의 숫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원금 액수에 다 담기지 못하는 후원자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모금 금액보다도 모금에 함께 해주신 후원자분들의 숫자가 오히려 더 큰 성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백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후원해 주신 기부자분들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장애인 분을 도울 수 있었다. 소중한 마음을 모아주신 기부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네이버 해피빈 모금 화면



다시 한 번 후원의 성과를 정리하자면 위 화면에서 볼 수 있듯이 5백만 원을 목표로 모금을 진행하였고 총 5백만 2천9백 원이 모금되었다. 이는 처음 모금 목표 기간이었던 5월 31일 보다도 약 2주 빠르게 모금이 완료된 것이다. 그리고 총 1032분의 후원자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셔서 좋은 곳에 후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전에는 모금 목표 금액이 초과되더라도 모금 기간 동안 모금이 이루어졌는데 최근에는 목표 금액이 충족된 날까지만 모금이 되고 마무리가 된다는 점이었다. 만약 기존에 목표로 잡았던 모금 기간 동안 모금이 지속되었다면 더 많은 후원금이 확보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목표한 금액을 모두 후원받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금을 진행했기에 이런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우선 모금을 하며 작성했던 모금 글을 공유하려 한다.  한번 글을 읽어보고 후원을 이끌어 낼 만했는지,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지,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긴 방황의 시간 끝에 마주한 것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자라온 철수 씨(가명)는 긴 방황의 시기를 가졌었습니다. 중학생 시절 당시 생계유지가 너무 힘든 나머지 그만 가출을 결심한 철수 씨. 돌아갈 장소는 다시 고아원이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최근까지 거리에서 지내왔습니다. 긴 노숙 생활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발에 티눈이 심해져 걷기만 해도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방문한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전달받고 말았습니다. 당뇨를 앓는 상황이며, 티눈이라 생각한 왼발은 합병증으로 감염이 심해 절단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철수 씨는 갑작스럽게 2021년 아주대학병원에서 하지(무릎 이하) 절단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작은 빛을 발견했습니다.


수술 이후 중증장애인(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철수 씨는 요양병원에 장기입원을 하고 있습니다. 노숙인에서 장애인이 되어버린 절망적인 상실감 속에서 더욱 움츠려드는 철수 씨, 불행 중 다행일까요 그 가운데 작은 빛을 발견했습니다. 노숙할 때 본인을 도와준 노숙인 쉼터 직원분들, 절단 수술이라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 더욱 각별히 보살펴주신 병원 직원분들 등 이렇게 혼자라고 생각해 온 삶 속에도 항상 도움의 손길이 있었음을 돌아보게 된 철수 씨는 꿈이 생겼습니다. '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두 손을 마주 잡고 묵묵히 응원해주고 싶어요.' 본인이 받은 따스한 관심을 사회복지사가 되어 꼭 나눠주고 싶다는 꿈입니다.




지난 시간 방황한 만큼 더욱 열심히 살 거예요.


꿈이 생긴 철수 씨는 어느 때보다 삶에 능동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생계로 인해 포기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검정고시 공부도 시작하였고, 거리가 아닌 보금자리를 갖고자 임대주택에 대한 공부도 시작하였습니다. 이 병원을 나선다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고자 다짐했으며, 장애인 일자리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수술 이후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어 당장 400여만 원의 미납된 병원비가 철수 씨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다달이 받는 수급비만으로는 매월 40만 원씩 불어나는 병원비를 도무지 감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철수 씨가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세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제 가족을 꾸리고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소박하지만 그 누구보다 담대한 꿈을 가진 철수 씨, 부디 철수 씨가 어려운 환경을 속에서 드디어 찾게 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미납된 병원비를 지불하고 세상에 나와한 계단 한 계단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해피빈 후원자님들께서 함께 응원해 주신다면 앞으로도 철수 씨의 삶은 혼자가 아니고 이렇게나 함께하는 사람이 많다는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어떤가? 이 글을 통해 후원에 동참해 달라고 하는 부탁에 설득이 되었는가?


그래도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후원에 동참해 주신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한 번 봐주면 좋겠다. 그럼 본격적으로 왜 이 글이 많은 후원자분들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는지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려 한다.





첫 번째, 후원이 아닌 스토리에 집중하려 했다.



나는 대중을 위해서라면 행동하지 않겠지만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 마더 테레사 -



이번 모금을 처음 시작할 때 처음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다수를 위한 모금을 해야 하나, 한 사람을 위한 모금을 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이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모금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침 병원비가 미납되어 장기 입원을 하고 있는 장애인 분이 계셔서 그분의 삶을 담아보고자 했다.


마케팅 분야의 고전 『스틱!』에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스토리를 3가지 종류로 분류한다. '도전 플롯', '연결 플롯', '창의성 플롯'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의 플롯으로 사람들이 영감을 얻는 좋은 스토리의 거의 대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도전 플롯은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격려하는데  가장 좋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모금글에서 드러나는 스토리도 바로 이 도전 플롯이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로 대표되는 이 도전 플롯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보잘것없는 사람이 승리하는 스토리', '거지가 부자가 되는 스토리', '순수하게 의지의 힘만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 등이 이 도전 플롯의 변주이다. 이번 모금 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아원에서 자라 오랜 기간 동안 노숙생활을 했던 주인공이 사회복지사가 되고 가족을 꾸려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목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전형적인 도전 플롯을 따라간 스토리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모금을 하는 과정에서 이 도전 스토리를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이 글을 읽는 잠재적 후원자들이 모금에 참여하는 것이 단순한 기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스토리에 참여하는 조력자로서의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원자이기에 앞서서 마음속에 있는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나의 도움이 어디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왜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자 했다.


이렇게 모금글을 올린 결과, 네이버 해피빈 장애인 카테고리에서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모금이 사회복지사의 일이 아닌, 당사자의 일이 되게 했다.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면서 지향하고자 하는 실천방식이 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이다. 이는 사회복지사가 돕는 사회적 약자를 시혜적 존재로서 대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복지를 이루는 주체적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복지실천 방식이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모금을 하면서 모금을 사회복지사의 일이기에 앞서 당사자의 일로서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보통 모금을 하게 되면 사회복지사가 모든 글을 다 작성하고 모금을 진행하고 모금의 결과로 모아진 금액을 가지고 도움을 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당사자의 역할은 거의 없다.


철수 씨의 병원비 마련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난 후 철수 씨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인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정리해서 모금 글을 작성하고 중간중간 작성한 글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다. 이런 문장을 써도 괜찮을지, 불편하거나 사실과 다른 점은 없는지 계속해서 물어보며 모금 글을 작성했다. 글을 완성한 후 네이버 해피빈에 업로드를 했을 때에도 바로 공유를 했다. 그의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창 모금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철수 씨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가 한 유튜브 PD랑 연결이 돼서 해피빈 모금 홍보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괜찮을까요?"
"유튜브요?"
"네, 제가 우연하게 유튜브를 보다가 노숙자, 트랜스젠더, 유기견 관련된 채널을 운영하는 PD님을 알게 되어서 연락을 드렸는데요. 인터뷰를 해서 제 이야기를 하면 후원금 모금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부탁을 드리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 본인이 스스로 후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채널을 발견하고 직접 연락도 한 것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본인의 일이라 생각하셨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유튜브 컨션스 9 채널



연락이 된 유튜브 채널은 '컨션스 9'이라는 채널로 구독자 14.9만 명이 되었고 전직 기자 출신 두 분이 운영하시고 계셨다. 처음에는 미심쩍은 면이 있었지만 업로드되어 있는 영상들을 보니 기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 여러 이슈들을 취재하는 채널이었다. 그렇게 채널의 PD님과 통화를 하고 최종적으로 복지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터뷰를 해서 본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복지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네이버 해피빈 모금을 댓글란으로 공유해 후원을 받기로 했다.



유튜브 채널 컨션스 9 업로드 영상



인터뷰를 하는 날 기준으로 후원금이 450만 원가량 모금된 상황이었고 인터뷰 영상을 통해 목표금액에서 부족한 50만 원가량의 후원을 요청했다.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난 3일 뒤, 일요일 저녁에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갔다. 그리고 영상이 업로드된 지 단 이틀 만에 모금이 완료되었다. 유튜브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과연 이 모금이 당사자의 일이 되지 않고 사회복지사의 일이었다면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복지 당사자가 모금의 주인, 주체로서 참여하였을 때 사회복지사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 모금도 마케팅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깨닫게 된 바가 있었다. 모금도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해피빈에 글을 올렸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모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하고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한 하나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터뷰를 하고 후원을 안내하는 방식을 활용했을 때 그 효과가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되기 전, 하루 평균 모금액은 5만 원 정도였다. 그러나 영상이 업로드된 후 이틀 만에 4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금되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중에서 마케팅이나 홍보와 관련된 지식이나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자원을 연계하는 일'이라 정의했을 때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모금을 홍보하고 안내하는 일 또한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우연한 계기로 진행된 것이기에 내가 모금을 하며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했던 방식으로 모금을 진행하다 보니 운이 좋게 좋은 기회가 생겨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모금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맡아서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케팅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모금에 조금 더 관심이 있거나 자원을 연계하는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마케팅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네이버 해피빈 첫 모금에 성공했던 노하우들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정리했다. 어떤 부분은 공감이 갔을 것이고 어떤 부분은 공감되지 않았을 수 있다. 운이 분명 좋았던 부분도 있었을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요소들 외의 요소들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 된 것을 스스로 분석하고 해석해 보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분석하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 또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금을 통해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인사를 드리며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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