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여행을 다녀온 후
남편과 나는 이탈리아에 온 2년 차부터 스키에 관심을 가졌다. 우연히 지인과 함께 스키를 타러 가게 된 후, 산을 좋아하는 남편의 성격과 나의 희생(결혼 전엔 주말은 자는 날이었다. 결혼 후 산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트래킹을 시작하게 되었다.)이 더해져 스키가 우리 가족 운동이 되었다. 스키 렌털도 가격이 나가는 편이라 아예 큰 맘먹고 다 구입했고, 비싼 스키 패스와 도로 이용료 때문에 스키 강습은 언감생심이었다. 지인의 가르침으로 스키를 조금 타게 된 후부턴 유튜브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설원을 누볐다. 다인이가 나오기 전까진 정말 주말마다 스키를 타러 다녔다. 돌로미티 슈퍼스키도 돌고 여러 스키장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이게 되었고 나름 여행코스도 만들 정도가 되었다. 한 겨울에 태어난 우리 다인이. 그래서 2015년은 스키 한번 못 가봤다. 아무도 우리가 2016년부터 스키를 갈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 그러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서로 희생하고 조금만 협력하면 못할 것 없다. 밀라노는 12월 7,8일이 휴일이었다. 그래서 9일 금요일 월차를 쓰고 우리 가족의 첫 스키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우리와 상황이 조금 비슷한 친구가 이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은 스키를 배워야 하는 초보자이지만 같이 즐기면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계획은 이러했다.
목적지는 일단 cornes de planz. 매년 갔던 볼자노 근처의 스키장이다.
스키를 가르쳐줘야 하니 일단 남편팀, 아내팀으로 나누고, 남편들은 오전에 아내들은 오후에 타기로 했다. 돌봐야 할 아가들이 있으니 5시부터 7시까지 레지던스에서 운영하는 사우나도 나눠서 갔다.
우리 아내팀은 스키 타고 오자마자 밥 준비를 하고 남편들은 사우나로 갔다. 다행히 나와 함께 탄 친구는 초보이지만 스키 신동이어서 정말 스펀지처럼 잘 배워주었다. 덕분에 나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 혼자 연습하게 놔두고 나름 혼자 스키도 타러 갈 수 있었다. 일 년 만에 다시 타는 스키. 아직 눈이 많이 쌓아지 않고, 빙판처럼 얼어버린 슬로프도 있었지만, 다시 느끼는 스키의 엣지와 가끔 어려운 슬로프를 탈 때의 심장의 쫄깃해짐은 여행 오기 전 번잡했던 마음을 보상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 일단 지금 이 파노라마와 다시 스키를 탈 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하자. 그리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보기도 하는 여유로움을 다시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