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첫돌
지난 12월 26일은 사랑하는 내 딸의 한 살 생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태어나 첫 생일 상을 스키장에서 조촐하게 사람들과 치른 다인이.
여행을 가기 전 이탈리아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동생 집에서 "격려의 밥상 with 다인이의 생애 첫 금팔찌 선물 with 나의 급 눈물 사건" 이후 돌반지에 대한 기대가 없어져 버린 것도 사실이다. 타향살이하면서 한국적인 것을 너무 바라는 것도 모순이다 싶었다. 그런데 어제 남편의 상사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돌반지를 받았다. 금값이 비싸져 반돈짜리 금반지를 파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돈으로 된 것을 돌 선물로 주셨다. 이 분은 어떻게 이걸 구해서 오셨나... 이걸 받아도 되나... 핸드폰에 직원 챙기기 이벤트를 따로 등록하셨나...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다인이의 두 눈에 모든 생각이 덮어져 버렸다. 왠지 다인이 돌의 화룡점정을 찍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 돌반지 하나 없는 다인이가 가여웠으면서도 내심 그걸 부정했었던 거다. 우리라도 해주면 되는데 말이다. 하긴 따지고 보면 나도 없고, 남편도 없고, 다 커버린 어른이 되면 돌반지 따위...이지만 엄마가 되니 딸아이가 돌반지 하나 없다 생각하니 그냥 서글펐나 보다. 이런 모순 덩어리.
어떻게 대접해야 하나... 란 마음도 앞섰지만 하나님께도 감사했다. 나를 위로하시고 다인이를 정말 스페셜 하게 사랑하는 하나님.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채움을 받는다. 우리가 다인에게 지금까지 사 준 옷이라곤 수영복 하나다. 기저귀, 먹을 것, 신발을 빼놓고는 입을 것, 놀 것은 전부 다 남들로부터 채워졌다. 돌반지까진 기대도 못했다. 그런데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 남편의 상사에게서 돌반지라니. 아이에게 반지를 끼워본다. 반지 낀 손가락을 보며 웃는다. 그리고 이내 금박이 포장 꽃에 관심을 가진다.
첫돌의 상징.
돌반지는 그 상징 중 하나 이리라. 그 의미는 나중에 잘 먹고 잘 살고 가난하지 말고... 키우느라 부모들 수고했다 정도 일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개도 없다가 한 개라도 가지게 되니 기분이 사뭇 다르다. 혼인 신고는 했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냥 형식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마음속의 감사가 나오는 이유는 금반지가 단순히 현금의 의미만을 갖어서 그런 건 아닌가 보다.
교회 구역 식구들과 2월 4일에 조촐하게 다인이 생일 겸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조촐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집사님들이 집에서 한 두 가지 정도 음식을 들고 오신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과는 나는 이탈리아식으로 대접하자고 마음먹었다. 모시는 분들에게 음식 부담을 지게 하고 싶지 않고, 초대하고픈 부모의 욕심이다. 돌이 지났음에도 언제 돌잔치를 할 거냐며 묻는 사람들에 조금 지치기도 한다. 마음 같아선 고마운 분들 다 부르고 함께 하고 싶지만 장소도, 그것에 쏫아부울 에너지도, 금전 상황도, 모두 다 아쉽다. 한꺼번에 한국처럼 짜짜짜 하면서 진행할 수도 없다. 그러나 내 딸의 평생의 한 번뿐인 첫 돌! 내 몸이 조금 피곤해질 것 같아 후들후들 떠는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하자. 열심히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의 관심에 감사하자. 지치면 쉬고 다시 준비하면 되지만 다인이가 받는 사랑과 관심은 노력해도 만들어질 수 없는 것임을 잊지 말자.
사랑하는 다인아.
우리에게 와줘서 너무 고맙다. 세상의 반짝이는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의 눈엔 가장 반짝이는 너란다.
우리 딸, 우리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