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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Feb 15. 2017

내려놓자 얻는 것

마음 비우기

마음을 비우는 것, 내려놓는 것.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때론 그래야 한다고.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는 그 말이 가슴을 팍치며 이해가 적은 없었다.

그냥 막연히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당연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지...라는 것 정도? 

그런데 이주일 전쯤 그 "내려놓음"이란 것을 어렴풋이 만났다.


돌발진을 겪고 난 후 다인이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병이 막 나았을 때 엄청난 식욕을 보였다. 그러나 아이의 식사에 변화가 있기 시작했다. 보육원에서도 이제 거의 완료기의 이유식, 즉 일반식을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음식에 변화가 생기자 다시 잘 안 먹기 시작했다. 숟가락으로 떠줘도 조그마한 덩어리들이 싫은지 혀로 자꾸 밀어낸다. 나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행여라도 다시 아플까 마음은 다시 전전긍긍. 그렇게 이틀을 실랑이 아닌 실랑이.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돌았다. 밥을 먹이던 중 너무 짜증이 난 나머지 아이 앞에 밥그릇을 놓아버렸다. 그러자 아이가 손으로 밥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순간 멈칫했다. 이게 뭐지? 내가 숟가락으로 억지로 먹이는 것보다 차라리 아이가 손으로 밥을 먹는 게 더 빠르고 더 행복해 보였다. 머릿속에 단어들이 슝슝 지나간다. "행복한 식사시간 vs 깨끗한 식탁" 

현명한 엄마는 둘째 치고라도 좋은 엄마라면 아이에게 "행복한 식사시간"을 선물해 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난 지친 엄마다.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깨끗한 식탁"을 유지하고 싶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과 그리고 즐거운 식사를 위해 "깨끗한 식탁"을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다음 번 식사에 다인에겐 본인의 접시가 허락되었다. 내친김에 숟가락도 주었다. 도구를 쓰던 안 쓰던 순전히 너의 선택이니라...라는 마음으로. 스파게티를 먹는 날엔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었고, 밥과 반찬을 주는 날엔 아기 식탁 위에 떨어진 음식들을 먹느라 정신없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괴로울 법도 했지만, 웃으며 밥을 먹는 아이가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손이야 닦으면 되는 것이고 어질러진 주변은 치우면 되는 것이고 그 한도를 넘어가면 밥 먹고 바로 목욕시키면 된다. 가볍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나 역시 그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아이는 어제보다 덜 더럽혔고 흘리는 것도 줄어드니 먹는 양도 점점 더 늘어갔다. 이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식판을 "내려놓고", 깨끗한 식탁을 "내려놓자" 생긴 변화이다.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해서 내가 "내려놓기" 방법을 알았다곤 할 수 없다. 난 조금 맛보기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포기의 순간까지 오지 않았다면 아직 그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고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그걸 내려놨을 때 신은 감동한다는 것이다.


현재 나는 나의 일을 준비 중이다. 

두렵고 떨린 마음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데 스스로 겁을 먹어야 한다고 세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일 통해 배웠듯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내 일에게 

나의 최선을 다 주고 싶고

그래서 신에게 감동을 주고

좋은 결과이든 나쁜 결과이든 "결과"라는 열매를 당당히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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