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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Mar 13. 2017

필요가 아니라, 생각이 공간을 바꾼다.

신발장은 항상 부족했었다.

대부분이 쾌적한 집에서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의 유무, 가족 구성원들의 연령대, 성격 등에 따라 아마 그 노력 정도가 조금씩 다를 것이다. 


나는 아이가 있는 직장인 맘. 

한국에 있는 다른 슈퍼맘들에 비하면 나의 생활은 번데기 주름잡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육아를 도와줄 어른들이 없어 남편이 늦게 들어오거나 출장을 가면 고스란히 독박 육아를 해야 하지만 아이는 내가 키우는 거지...라고 마음을 먹으니 조금 고될 수 있는 나의 일과도 나름 할만하다. 


보통 나의 일과는 이렇다.

6시간 근무, 오후 4시 전까지 아이를 보육원에서 픽업하고, 집에 돌아와 급하게 젖을 물리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같이 놀고, 간식 먹고, 청소하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놀다 떼쓰는 아이 달래 가며 저녁 준비를 한다. 

항상 일찍 온다는 남편은 관성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평소에 오는 시간에 맞춰 와 함께 식사한다. 

아이 씻기고 텔레비전 시청 등등을 하면 그렇게 저렇게 하루가 마무리된다. 그래도 복직하고 나서도 집안을 이 정도로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쓰담 쓰담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지금의 보금자리로 이사 온 후 처음부터 모든 가구를 완벽하게 구비하지 않았다. 

우선은 살면서 꼭 필요한 것으로만 공간을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마루, 화장실 시공 등 기초공사는 충실하되,  당장 필요한 침대 등의 가구만 샀다. 다인이방의 가구, 침대 그리고 거실의 수납공간 가구 등은 살면서 천천히 구입하기로 했다. 물론 금적적인 부담을 덜고자 했던 이유도 있다. 한꺼번에 많은 소비가 나가면 아무래도 심적으로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거의 반년 간 아이의 방은 옷장 두 개만 덩그러니 있었고, 거실도 최소한의 가구만 있어서 아이가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닐  공간이 충분했다.  뭐가 빈 듯하면서 깨끗해 보이는 공간이 우리 집의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이었겠다. 


그러다 보니 식탁 위에 자꾸 물건이 쌓였다. 육체적으로 바쁜 나는 보기 지저분한 것을 알면서도 따로 정리할 방법을 찾진 않았다. 위에 보다시피 나의 일과는 이미 빼꼭히 채어져 있다. 그러니 회사의 일에 더 충실한 남편이 자연스럽게 생각의 몫을 담당했다. 어차피 우리 둘의 인테리어 스타일은 너무 달라서, 내가 하자고 하는 것들은 그에게 "집안 분위기와 안 어울리거나, 집안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문제로 그와 날 서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또 그의 스타일로 채워진 집에 나 역시 크게 불만 없기도 했다. 청소를 나보단 열심히 하진 않지만 그는 생각은 잘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커다란 식탁 한쪽 구석에 물건을 쌓아지는 것에 궁시렁대던 그가 드디어 구상을 완료, 우리의 두 번째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번에 우리가 건드릴 대상은 다인이 방과 거실이었다.



예전에 아는 주재원분의 집에 갔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현관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게 되는 신발장이었다. 

평소에 참 신을 신발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신기하게도 신발장은 항상 부족했다. 이케아에서 나름 큰 신발장도 사보고, 때로는 두 개를 사보아도 늘어난 공간만큼 부족한 신발장. 참 미스터리 었다. 

그 주재원분의 집은 전문 신발장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름 본인들의 아이디를 보태어 오픈된 옷 행거에 신발이 여러 개 들어갈 수 있는 보관함을 달아 달아 현관이 지저분해 보이지 않게 정리했다. 패션 쪽에서 일하는 분이라 성격이 참 깔끔하네... 란 인상을 받았다. 

나란 사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나 남편은 그 생각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맞춤가구로 만들어내면 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가격적인 면에선 부담스러웠다. 남편은 이케아 가구를 연구했다. 그중에서 BESTÅ란 모델을 이용해 신발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목적 수납장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케아에서 부엌을 하고 집안의 거의 모든 가구를 이케아에서 구입했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속으로 에이... 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도 나름의 결정 이유가 있었다. 여러 전문 부엌 가구점도 가보았고 퀄리티도 비교해봤다. 그러나 마지막 내 결정은 이케아였고 남편에게 강력하게 주장했다. 고급 생산라인의 제품으로 물건을 구성하면 가격도 싸지 않을뿐더러 퀄리티도 떨어지지 않는다. 거기다 액세서리, 즉 문짝이라든지 소소한 부품은 기본만 짜여있으면 마음 편하게 바꿀 수 있어 항상 새 제품처럼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우리의 부엌은 너무 예쁘고 짜임새 있게 나왔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케아에서 구입했는지도 몰라했다. 우리 거실의 수납장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이케아 제품인데, 처음엔 다들 잘 몰라했다. 맞춤 가구인 줄 알았던 것이다. 


신발은 신발장에만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에 제한을 만들었다. 사실 지저분한 것을 잘 넣어둘 수 가릴 수 있는 수납장이 있으면 집안은 훨씬 더 깔끔해 보인다. 텔레비전 가구와 연결된 다목적 수납장은 성공적이었다. 수납장의 깊이가 깊어 신발을 편안하게 넣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목이 높은 신발도 내가 어디에 선반을 놓느냐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했다. 거기다 식탁 위에 놓이던 아기 담요, 기저귀 가방 등을 수납장에 넣어 닫아버리니 집 안이 더 정리되어 보였다. 조명이 빠지면 아쉬운 법. 남편은 인터넷에서 10유로짜리 led usb 식 전기선을 찾아 수납장 뒤에 설치하여 멋들어진 간접조명을 만들어 내었다. 지저분한 전기선들이 보이지 않도록 설치기사가 가구를 설치하기 전 수납장의 뒤편에 구멍을 뚫어 밖에선 전기선이 보이지 않고 안에서 전기 제품의 스위치로 사용 여부를 조절하게 만들어 마치 맞춤가구의 느낌까지 들었다. 진심으로 "엄지 척"이었다. 가구 설치기사도 남편의 아이디에게 많이 배우고 간다고 할 정도였으니 6개월의 분석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싶다. 


나는 필요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바꿀 수 없었다. 

내가 사는 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은 관찰과 생각이었다. 매번 들어서는 현관이 깨끗하게 정리되고 손님들의 신발도 넉넉히 수납할 공간이 생겼다. 분명 같은 공간이었지만 활용도는 극히 달랐다. 

나처럼 청소엔 자신 있으나 정리엔 자신 없는 분들이라면 꼭 문이 있는 수납함을 권하고 싶다. 지저분한 것들이 가려지면 집은 청소한 보람이 있어 보이게 된다. ^^ 

그리고 이케아 가구처럼 기성품을 맞춤가구처럼 이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매장을 가서 실제 가구의 모습을 보고 구상해보길 추천한다. 실제 전시된 가구를 보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잘해두면 설치기사가 왔을 때 어디다 전기선을 뚫을지 등의 설명을 하며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가구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또한 되도록이면 조명을 꼭 같이 보길 원한다. 조명의 유무에 따라 집안 분위기와 가구의 퀄리티가 달라 보인다. 


결국은 생각이, 아이디어가 그리고 행동이 당신의 공간을 바꾸고, 자신의 생활 패턴과 특성에 맞게 잘 변경된 공간에 살다 보면 그 투자한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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