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
조금은 더러운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 해야겠다.
며칠 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중이었다.
중간에 남편이 들어오더니 "어? 오늘은 소변보면서 방귀 안끼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헉. 이게 무슨 소리?
내 귀를 의심하며 왜 그렇게 물어보냐고 물으니,
나는 보통 오줌 싸면서 같이 방귀를 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ㅠㅠ
나는 이제 로맨스는 끝난 거라며, 일부러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 사람을 10년 가까이 알고 5년 이상 같이 살았으면 심장이 미칠 듯이 매번 뛰는 것이 더 비정상인 것도 알만큼 현실적인 사람이다.
로맨스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과장적 표현이다.
당연히 아직 우리 사이엔 남녀로서의 로맨스가 있으며 그는 여전히 내게 매력적이다.
다만 그 정도가 예전만큼 자주가 아닐 뿐인 거고, 대신 그 자리에 서로에 대한 익숙함과 편안함 그리고 신뢰가 채워졌다. 내가 놀란 것은 나는 내가 오줌 싸면서 방귀를 자주 뀐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37년을 살았다는 거다. 그리고 남편의 그 말 덕분에 이젠 소변볼 때마다 그가 생각난다. ㅋ
아마 남편도 마찬가지 아닐까?
남편과 연애할 당시, 나는 남편의 G발음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것 때문에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특히 LG 발음의 G발음이 압권이었다.
때론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남들이 아는 것 보다도 더 모를 때가 있다. 사소한 습관 같은 것은 모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말할 때 눈을 자주 깜빡인다던지, 텔레비전을 볼 때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본다던지, 운전 시 신호 대기하면서 코를 판다던지 (지금 열거된 습관들은 지금 내가 만들어낸 거지, 절대 절대 우리 둘 중 누군가 그렇다는 건 아님을 밝힌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습관을 알다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멋지다. 남들은 모를 또 그 당사자조차도 모르는, 내 사람을 나는 아는 것이니까.
아이를 낳고, 양육에 지쳐, 가사에 지쳐, 우리 둘 다 서로의 몸과 감정에 대해 조금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장 조그마한 새로운 멤버가 하나 생겼을 뿐인데, 그 조그마한 것이 우리의 생활을 얼마나 많이 변하게 했는지! 그러나 감사하게도, 아이를 키우며 기쁠 때뿐 아니라 힘들어 피곤에 쩔었을 때도 나는 그가 내게 부당하게 짜증내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그런 그의 인성이 그를 더 사랑스럽게 한다. 같이 살기 전엔 몰랐던 그의 장점인 것이다.
한 동안 떠들썩하게 했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 사건. 난 사실 그들의 사랑에 혹은 불륜에 뭐라고 일침을 가할 자격은 없다. 단지 홍상수 감독과 그의 아내가 보낸 그 시간을 생각해볼 뿐이다. 누군가 사랑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순 있다. 그러나 아마 그의 아내는 감독 자신이 모르는 그를 알고 있을 것이며 어쩌면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그녀의 믿도 끝도 없는 믿음이 거기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믿음을 깨는 것도 그만이 할 수 있는 거다.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