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ign Apr 05. 2017

Be Positive!

우울하지 맙시다. 

토요일, 아는 사람 집들이를 갔다.

밀라노에 우리의 거주지를 마련한 후, 누군가 집을 산다고 하면 그렇게 권한다. 한 명이라도 여기 오래 남아 우리와 오랫동안 친구 했으면 하는 바람에. 또 내 돈 아니지만 아까운 월세 주고 사는 게 안타까워서 ^^

그렇게 권하니 누군가 또 집을 샀고 그분이 토요일 집에 초대했다. 

나보다 많은 언니지만 7살 연하의 남편과 사는 능력자 언니는 사람을 편안하게 잘 받아주는 성격이다.

또 서로 알고 지내기 전 알고 지낸 지인도 같아 (알고 보니 남편 회사 동료의 와이프 ㅋ) 집들이에 같이 초대받았다. 그 친구 가정도 다인이 또래의 아기가 있어 두 아기와 세 커플이 함께 유쾌한 저녁식사를 했다. 두 아기들이 아기들 치고는 세인트 베베들이어서 가능하였던 유쾌한 저녁 식사.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브런치 필명은 psign이다. 

positive sign이란 의미로 지은 내 필명.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 사인을 잃고 싶지 않다는 내 나름의 의지가 담긴 필명이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나는 멘탈 갑이자 긍정적인 나 자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몸에 좋다고 생각한다. 또 상사한테 꾸사리 들어도 블로그에 폭풍 글을 쓰거나 친구들에게 짜증 한번 확 내면 풀어지는 단순한 스타일이다. 우리와 같이 초대를 받은 친구네 가정도 와이프는 밝고 활달한, 통통 튀는 성격이다. 그런데 남편의 직장 동료분은 살짝 어둡다. 그는 5살 때 로마에 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 살고 싶어 한다. 그 가정은 지금의 아이를 갖기 전 한 번의 유산의 아픔이 있었으나 지금은 너무도 건강하고 예쁜 아기가 있다. 심지어 임신 과정 중 전치태반이라는 위험한 상황에서 태반의 위치가 올라가는 기적을 맛봐 자연분만의 축복까지도 경험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이가 태어난 후 그 남편에게도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너무나도 자상한 그의 모습에서 이 곳 생활의 불만이 조금이라도 줄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 나라에 사는 것에 대한 괴로움의 크기는 줄지 않고 오히려 커져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해서 다른 한국인이 알아듣지 못하는 디테일한 부분을 다 알아들으니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막연하게 이탈리아어를 잘하면 살기가 얼마나 더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의 경우엔 반대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의 불만은 "차별"에서 비롯되었는데,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이 나라를 뜬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또 한국 사람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차별하니 한국이 그의 생각처럼 솔루션이 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의료나 교육 등에 그가 어릴 때 느꼈던 것보다 점점 차별이 심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꼬치꼬치 관심을 가지며 질문하는 내가 버릇없는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난 그날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첫 번째, 느긋한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자. 

다인이도 보육원에서 한소리 들었다. 집에서 이탈리아 말 좀 하란다. ㅋㅋㅋ

난 내 아이가 나의 틀린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게 싫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가 자기들 말을 못 알아들으니 간단한 말은 이탈리아어로 하란다. 결국은 자기들이 한번 더 말하는 게 귀찮으니 집에서 이탈리아 말을 더 쓰란 소리로 밖에 안 들렸다. 웃으며 알겠다고 했지만, 난 한국말로 내 아이와 소통할 것이다. 난 다인이가 늦게 이탈리아어를 배워도 상관없다. 이곳에 사는 이상 느리더라도 결국은 다른 아이들처럼 말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을 판단하는 자세를 잃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 차별이라 생각하지 말고 "특별"대우를 받는다 생각하자.

나는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고 중간에 굴러들어 온 돌이다. 

상황에 따라서 같은 대우를 받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아닐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살기로 결정한 이상, 이곳에 있을 동안만큼은 기쁘게 살고 싶다.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면 왠지 위축 드는 것 같다. 내가 그들과 다른 대접을 받거나 혹은 다인이가 나중에 학교 다니면서 외국인이 많은 반에 배정받는다 하더라도, 차별이 아니라 특별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자. 집에서 한국어로만 의사소통하는데 이탈리아 친구들보다 학습이 뒤쳐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공부에 관심 있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고,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공부하고 싶냐는 개인의 의지다. 대학교, 석사, 박사 과정을 밟는 사람들에게 초등학교 때 언어가 부족해 외국인이 많은 반에서 공부한 것이 무슨 창피함이 있겠는가. 


세 번째, 내 주변의 사람을 행복하게 하자.

그 커플을 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힘들어 보이는 아내였다. 

나와 같이 사는 사람이 같이 사는 공간에서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면 나 역시 힘들 것 같다. 한 때 남편도 회사 문제로 힘들었었다. 그를 도울 수 없었던 것이 힘들었고, 그의 불행함이 내게 스멀스멀 스며드는 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느껴졌다. 그 친구도 육아에 지친 상황임을 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라면 육아보다 남편의 부정적 마인드가 더 힘들 것 같다. 내가 행복해야 내 옆 사람도 행복함을 잊지 말자. 


네 번째, 때로는 스트레스도 필요하다. 단! 오랫동안의 깊은 생각은 적당히!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행복한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그 스트레스가 날 잡아먹게 놔두면 안 된다. 거기에 빠지지 말고, 스트레스받는 나 자신을 인정하고 해결할 수 없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서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아도, 그 스트레스가 내 생활을 우울하게 변화시키지 않도록 꾸준히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 그것이 지금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 듯하다. 난 정말 스트레스를 받지만, 잘 먹고 즐겁게 논다. 


다섯 번째, 움츠리지 말자.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판단하고, 사실 이탈리아인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어찌 아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어버버버하면서라도 당당하게 요구하자. 최악의 상황에서라도 긍정적인 포인트를 찾으려면 활기차게 움직이고 상황에 대처해야 뭐라도 건진다. 문은 닫혀있지만 그 틈새로 빛은 들어온다. 나는 그 문을 여는 사람이 될 것이다.


오늘 내가 느낀 긍정의 마음을 잊지 않도록 글로 남겨본다. 

끝없이 부정적이고 침울하게 느껴지는 날 꺼내보고 읽어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내가 모르는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