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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Sep 07. 2020

독립출판도 일이다

조직 밖 노동자가 해본 독립출판


누군가 '독립출판'을 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취미로 만드나 보다'

'사이드 프로젝트 구나'

'포트폴리오 만드는 건가?'

'창작 욕구가 있는 사람이구나'


독립출판은 소소한 취미나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해하지는 않나요? 저 역시 처음엔 그랬습니다. 더욱이 지인과 함께 만든 첫 독립출판물은 '뭔가를 해보자'라는 패기와 포트폴리오의 한 자리를 채우겠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조직 밖 노동자로서 혼자 독립출판을 해보니, 이건 완전 '일'이었어요. 그래서 '독립출판'이라는 일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일'이 뭐죠?



우리가 매일 하는 일, 우리는 뭘 '일'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이는 사람마다 정의가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일의 기본적인 특징은 아래와 같다고 정리해봤어요.

(1) 수행함으로써 돈이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활동
(2) 수행을 위해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활동
(3)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 활동

어때요? 동의하시나요? 이 중 1~2개만 성립해도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종종 '수행함으로써 돈이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활동'에만 일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인식하지 않은가 생각이 들어요. 독립출판은 이 3가지가 모두 해당하니 너무나 일이죠. 이제 그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해볼게요.




독립출판은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독립출판을 진행해서 텀블벅 펀딩(tum.bg/prHmEx)을 진행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원고 작성에 1년, 원고 퇴고와 편집 과정 3개월, 텀블벅 펀딩은 지금부터 2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풀타임으로 진행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최초 기획은 1년의 하루를 오롯이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피곤한 날에도 하루를 마치기 전, 에버노트를 켜고 그날 유독 기억이 남는 순간과 생각, 그때의 사진을 정리했습니다. 이후 쌓는데 집중한 원고를 퇴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인디자인을 배웠어요. 인디자인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과 비용은 당연히 필요했죠. 처음 써보는 툴을 하나씩 사용해보면서 표지 및 내지 디자인을 해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수록 독립출판 퀄리티가 높아진다



모든 일이 그렇죠.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전보다 나아지고 퀄리티가 좋아집니다. 독립출판도 그랬습니다.

최초 원고를 책의 기획에 맞춰서 엮었을 때 저는 절망했어요. 내가 쓴 글이, 책이 창피한 거예요. 숨기고 싶은데 또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답니다. 그러다 퇴고에 시간과 노력을 제대로 투입해보기로 했어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걸 누가 좋아하겠냐'는 생각이었어요. 원고가 부족한 탓에 퇴고에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글의 분량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한 글도 많았죠. 읽은 글을 또 보고, 소리 내 읽기도 하고 지인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퇴고를 거치니 확실히 글이 전보다 더 좋아졌어요. 불필요한 설명을 걷어내고 한 편, 한 편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글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가제본 판형을 실수하기도 했어요. 레퍼런스로 삼은 책을 보며 이 정도 크기면 되겠다고 적었지만, 실제로 적은 수치는 그에 두 배에 가까운 숫자였죠. 그걸 3만 원 가까운 가제본 1권을 주문해서 받아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어찌나 실망했는지 기운 없던 그 날이 떠오르네요. 그다음 날 '어쩌겠어. 다시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인디자인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판형을 제대로 세팅하고 가제본으로 확인했을 때 이상한 글씨 크기, 페이지 내 여백 간격, 사진 배치를 다시 잡았습니다. 온라인으로 봤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표지도 맘에 들지 않아 표지 디자인도 새롭게 바꿨답니다.


(표지 수정 전 > 표지 수정 후)
(내지 수정 전 > 내지 수정 후)


그리고 제작비 모금을 목표로 텀블벅 펀딩을 기획 및 구성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쏟았던 거 같아요. 상품 페이지 기획했고 인상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펀딩 커버를 북트레일러 영상으로 제작했어요. 구체적인 상품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목업 이미지를 만들었고 판매전략을 위한 리워드 구성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해온 독립출판 제작 경험을 몽땅 털어서 진행할 온라인 워크샵도 리워드로 추가했어요.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지만 그만큼 펀딩의 퀄리티가 높아졌죠. 이미 후원해준 지인들의 피드백을 보면 지인이라서가 아니라 펀딩 페이지를 보고 궁금해져서 후원했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으니 말이죠.


독립출판물 <이 말을 겨우 내뱉었다> 텀블벅 펀딩 이미지 (tum.bg/prHmEx)




독립출판으로 돈을 벌 수 있어요



회사를 다닌다면 일을 통해 월급을 받고, 조직 밖 노동자라면 클라이언트에게 페이를 받아요. 독립출판은 소비자에게 판매하여 그에 상응하는 돈을 법니다. 저의 경우는 텀블벅 펀딩 후원으로 제작비를 모읍니다. 조직 밖 노동자라는 불안정한 수입에 부담도 있었고,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제작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후원을 모아서 제작비를 벌고, 구매 예정인 소비자도 잡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독립책방에 입고해서 수입을 얻을  있어요. 대부분은 독립책방의 공급가율은 70% 정도이기에 10,000원 가격의 책을 책방을 통해 팔면 7,000원을 버는 구조입니다. 다만, 위탁판매 중심으로 소규모 책방이 운영되어서 책이 판매되어야 수입이 생깁니다. 요즘은 독립출판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있어요. 물론 그들도 독립출판뿐 아니라 책방, 강연, 외주 등을 병행하면 해나갑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독립출판은 취미가 아닌 확실한 일입니다. 독립출판을 일로 여기고 먼저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역시 독립출판이 일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최근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고 텀블벅 펀딩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하나 만들고 파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이걸 '일'이 아닌 자기만족, 사적인 취미로 바라본다면 기운 빠질 수 있겠다. 그래서 나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독립출판도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독립출판 하는 거 잘해보고 싶다고 욕심도 생겼습니다. 혹시 자세한 독립출판 내용이 궁금하다면 텀블벅 펀딩을 (tum.bg/prHmEx) 편히 구경해주세요. 지금도 독립출판을 진행하고 있을 모든 창작자의 노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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