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슬기 Apr 07. 2021

브랜드 구상한 3개월, 든든한 동료와 함께

<MY BIG BRAND 시즌 1>을 마무리하며


작년 12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던 <MY BIG BRAND> 소셜클럽에서 동료멤버들과 3개월을 보냈다. 제각기 풀어내고 싶은 브랜드를 구상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내 브랜드도 작게 시작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처음에 다소 조급한 마음은 가라앉았고 살포시 던져본 돌멩이 같은 이 브랜드가 어디로 어떻게 퍼져나갈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시즌 1이 될지 몰랐던 <마이빅브랜드>를 마무리하며 소셜클럽에서 겪은 경험을 적어보려 한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몸을 움직이게 되었다


조직 밖 노동자로 일하면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었다. 브랜딩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클라이언트를 기다리는 것보다 스스로 조직 밖에서 일을 만드는 게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이빅브랜드> 이전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느낌으로 러프한 아이디어만 끄적끄적 남겨놓는 수준이었다. 그러면서 마음만 바빠서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파묻혀 지쳐버리는 일도 잦았다. 문제는 브랜드 구상에 어떤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우선순위가 자꾸만 미뤄져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당장 보상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니 강제성이 필요했다.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의 경우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모임의 규칙을 정했다. 평일엔 슬랙으로 매일 [브랜딩 기록]을 남기는 것이고 주말엔 온라인 모임으로 서로의 진행 상황을 나누고 의견을 구하고 싶은 부분을 물어보는 시간으로 정했다. 이렇게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규칙이 생기니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동시에 손이 바빠졌다. 나의 구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진득하게 머리를 썼고 입 밖으로 말을 뱉으면서 정리가 되는 것도 있었다.


[브랜딩 기록]과 브랜드 구상 아이데이션 정리한 노션


평균 일주일의 3~4일은 슬랙으로 [브랜딩 기록]을 남겨 공유했다. 내 기록에 동료멤버들은 이모티콘과 응원의 댓글로 힘을 주었고 이는 긍정적인 보상이 되어 계속 움직이게 했다. 어떤 날은 쓸 게 없다는 생각에 30분만 집중해보자는 마음으로 앉았다가 몇 시간을 몰두하며 고민을 풀어내기도 했다. 그 고민을 ‘브랜드 구상 아이데이션’이라는 카테고리로 노션에 정리했고 약 60여 개의 과정이 쌓이기도 했다. 덕분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싶다’는 욕구를 ‘브랜드’라는 도구로 풀어내고 싶다는 나만의 이유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브랜드의 사례를 참고삼아 공부하기도 했고 러프하지만 이 브랜드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상상하며 브랜드 이름도 지었다. 

다함께 모였던 온라인 모임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엔 멤버들과의 온라인 모임으로 일주일간 진행상황을 공유하며 고민과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모임 전에는 멤버들이 만드는 브랜드를 레퍼런스 삼아 공부하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멋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알아차렸다



브랜드를 만들면서 점점 부담이 생겼다. 여기저기 해놓은 말이 있으니 이왕이면 잘하고 싶었고 잘하려니 멋진 로고는 물론이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표현된 디자인도 필요했다. 디자인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에 견적을 받았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높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대 3,000만원 지원금이 제공되는 지원사업을 발견하고 2주 동안 사업계획서 작성에 몰두했다. 사업의 배경은 무엇인지, 아이템이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래서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수익이 날 것인지를 증명해내는 작업이었다. 보이는 기사는 다 읽어보고 통계자료도 뒤적이고 설득이 될 수 있게 흐름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결국엔 지원사업을 포기하고 잠시 무너졌는데 이 과정에서 알아차린 것은 욕심이었다. 멋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 겉으로는 가볍게 해보는 거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우와!’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 어떤 실패 없이. 그래서 훌륭한 디자인과 홈페이지는 당연히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지원사업 등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해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욕심에 사로잡혀 시작을 계속 미루고 있었고 완벽한 준비의 준비를 구상했던 거 같다. 멋진 로고가 있으면 좋지만 시작 단계에서는 그게 필요하지 않은데 말이다. 무언가를 팔고 싶다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있고 노션 페이지를 만들어서 계좌이체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걸 놓쳤었다. 좋아했고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다들 번듯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으니까.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노동요로 즐겨듣는 로제의 on the ground


그렇게 세상에 던지는 것 없이 준비만 하는 시간이 쌓이니 속도를 내지 못하는 나를 자책했다. 이미 시작해서 달려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이 없어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지?’ 결국 지난 3개월은 이 질문을 고민하고 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달라진 점은 이 질문을 나 뿐만 아니라 가닿는 사람들에게도 던지게 되었다는 것. 지금은 욕심을 덜어내고 우선 내가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해보고 있다. 




브랜드는 혼자 만들지만 고민을 나눌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


세상에 없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혼자 생각했던 기획이 시장에서도 작동할 것인지, 사람들이 좋아해줄지는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우선 작게 시도해서 반응을 보면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이 가득 담기고 막연한 가설을 더하고 레퍼런스를 한숟갈 참고하다보면 자주 망설이게 된다. 그렇다고 이 고민을 가족이나 친구와도 나누기 어렵다. 괜히 쉽게 판단할 거 같고 위축감이 드는 날카로운 말을 할까 겁이 난다. 


그래서 <마이빅브랜드>에선 안전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그라운드 룰을 정해서 공유했다. 서로에게 살뜰한 페이스메이커, 성실한 관찰자, 사려깊은 조언자가 되자고 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함부로 밖으로 공유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그 덕분에 브랜드를 만드는데 떠오르는 고민을 진지하게 나눌 수 있었고 안전한 환경에서 피드백을 귀담아 들을 수 있었다. 나의 경우, 동료멤버들을 믿고 브랜드 이름 후보 리스트를 공유하고 의견을 구했고 이런 서비스에는 얼마 정도 지불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며 감을 잡아갔다. 잠시 멘탈이 무너졌을 때도 멤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일어서기도 했다.


시즌 1 참여멤버들 역시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것에 큰 도움을 얻었다는 피드백을 전해주기도 했다.


“참여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좋았어요.”
“브랜드를 만드는 단계에서 계획한 일을 여쭤보고 피드백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혼자 진행했다면 생각만 하다가 이미 그만뒀을 것 같아요. 멤버분들에게 조언을 들으며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외롭지 않아서 너무 좋았어요. 브랜드 구축하면서 생기는 고민을 같이 나눌 때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시즌2


<마이빅브랜드> 소셜클럽 후, 브랜드 구상을 위해 몸을 움직이고 발전시켜나가는 나를 발견했고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개인이 모여 든든한 동료가 된 경험을 했다. 그래서 다음을 생각하지 않았던 소셜클럽의 시즌 2를 이어가려고 한다. 대신 다소 길었던 3개월의 기간을 2개월로 줄였다. 그리고 소정의 참가비를 받기로 했다. 이는 모임을 지속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필요한 부분이고 함께하는 멤버들에게도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임이라는 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기에 누군가가 빠지거나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조금은 더 개선된 <마이빅브랜드 시즌2>는 연장한 시즌 1 멤버와 시즌 1 진행기간 동안 개별적으로 참여 문의를 남겨주신 분들에게 먼저 연락해서 인원을 확정했다. 시즌 2 시작을 위해 사전세팅을 진행하는 요즘, 함께할 동료멤버들과 더 많이 웃으며 서로 용기를 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기분 좋은 2개월을 기대하며 모든 멤버들이 뿌듯하게 2021년 상반기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할 수 있는 한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 모두 화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