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밖 노동자가 읽은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일과 나 사이의 거리두기를 노력하는 중이다. 일이 나이고, 내가 곧 일인 상황에서 여러 번 무너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일을 못 하거나 안 하는 나를 생각하면 세상 쓸모없는 인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일과 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 그만큼 중요한 일에 관한 이야기는 매번 흥미롭다. 그래서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보면 생각이 많아져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세상에 모든 일 이야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잘러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커리어를 쌓는 법을 알려주는 일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여전히 조직 밖 노동자로 일하다보니 조직 내의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른 일 방식 이야기가 재밌다. 스킬이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보다 일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의 이야기가 힘이 된다. 그래서 읽게 된 게 책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이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다들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익숙했던 일의 방식을 돌아보는 것 같았다. 도쿄R부동산과 똑같은 형식은 아니더라도 이런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거 같기도 했다. 그건 나 역시 그랬다. 돌아보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다녔었는데 상품이나 서비스 같은 프로덕트는 새로웠지만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은 다를 게 없었다. 잠깐 드는 생각으로는 도쿄R부동산처럼 새로운 일의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창업이라고 여겨야 하는건 아닌가 한다. 도쿄R부동산은 프리 에이전트라는 개념으로 직장인의 장점과 프리랜서의 장점을 뽑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곳은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반영하는 곳이라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 다른 새로운 길을 걸어나갈 거 같지만 그 과정에 지금은 프리 에이전트로 해나가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면 좋겠다.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은
“좋아하는 일이니 밥벌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기에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고 그 일을 지속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래서 우리는 스트레스 없이 계속 갈 궁리만 한다. 또한 좋아하는 일의 범위를 넓히며 더욱 내실을 기하려고 노력한다.”
_책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그래 이거지!’ 무릎을 쳤던 문장.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고 위 문장처럼 일해나가고 싶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이니 밥벌이를 제쳐두는 게 아니라 이걸로 돈도 벌고 인정도 받고 싶은 마음, 해보고 싶은 일과 돈을 양 끝에 두고 저울질을 하는 게 아니라 둘 다 착실히 챙기는 삶. 일하는 내가 원하는 건 이거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돈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선 쉽지가 않다. 그런 내게 이 책이 또 한 문장을 던져주는데.
“가치를 낳는 일이라고 해서 ‘받을 수 있는 대가=돈’이라 생각하면 위험하다. 인간과 지구를 행복하게 하지도 않는데 돈을 받는 상황은 실제 꽤나 많기 때문이다.”
_책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이건 어떤 부연설명 없이도 모두가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만 모든 대가와 결과와 목표를 ‘돈’으로 치환하는 거 같다. 그걸 내가 제일 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문장을 더욱 깊게 새겨보려고 한다. 가치있는 일로 돈을 벌려고 노력하지만, 수익이 생긴다고 해서 가치있는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일 이야기가 너무 이상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이것이 힘을 가지는 이유는 실제 새로운 방식으로 굴러가는 ‘도쿄R부동산’이라는 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보여주는 것만큼 강한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 이야기에 푹 빠져 일을 해보려고 한다. 요즘 스스로 벌이는 일들이 지속할 수 있는 수익을 내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내 일을 깊게 심고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기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