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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den Designer May 03. 2021

#10 기업에서의 UX의 역할에 대한 고찰.(1)

대부분의 기업에서 UX는 U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로필에도 적혀있듯이 나는 'UX 디자이너' 직함으로 일한 적도 없고 UX 부서에서 일을 한 적도 없다. 다만 왜 디자인과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주로 교육이 진행되는지 의문이지만 학교 커리큘럼상 UX(사용자 경험)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인해 이론적으로 접근하고자 관련 서적들을 읽은 덕분에 기획자로써 업무를 할 때면 항상 '사용자 경험'을 염두하고 일을 해왔다. 그게 또 일종의 내 커리어적 실험이기도 하고...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사용자 경험'은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간에, 어떤 상황에서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지금껏 조금씩 이렇게 글을 작성해온 것도 그때그때의 경험과 깨달음을 정리하는 차원이다. 이번엔 이놈의 'UX'라는 것이 국내 기업 내에서 너무도 좁은 범위에서 역할을 하는 것에 개인적인 아쉬움을 담아 글을 작성해본다.

 


내게는 성서와도 같은 도널드 노먼의 책. UI도 사용자 경험의 한 예시로 제공될 뿐  그 범위를 한정 짓지는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0년대 들어서 많은 회사들이 UX부서를 직접 운영하면서도 이를 서비스 기획단에서부터 활용하기보단 기획된 서비스를 어떻게 웹/앱으로 구현할 것인가, 즉 인터페이스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획 부서에서 어떠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더라도 '사용자 경험'이 결여된 1차원적인 아이디어인 경우가 많고 반대로 UX부서는 현업에 대한 이해 부족도 부족이지만 그보다도 소속 회사의 메인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사용자 경험 조사가 진행되지 않다 보니 사용자에 대한 정성적인 니즈 파악이 결여되고 단지 기획단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용자 경험'에 맞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2018년 여름. 카드 상품 기획업무를 담당하던 나는 타 상품팀으로부터 인터뷰 대상으로 요청이 들어왔다. ‘FLEX’ 하는 젊은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신상품을 준비 중인데 인터뷰를 통해 해당 타깃의 소비 패턴에 맞춘 혜택을 마련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내가 ‘FLEX’를 하는 소비자인지부터 스스로 의문이긴 했지만 뭐 그렇다 치고 나 스스로와 주변에 ‘FLEX’하는 친구들의 소비패턴을 관찰해 이를 같이 합친 페르소나를 만들어 인터뷰에 참여했었다. 게다가 상품 손익도 계산이 되었기에 어느 정도 회사 내부의 현실적인 조건도 같이 고려할 수 있었던 것은 덤. 학창 시절 UX 디자인 리서치를 하는 데 있어서 인터뷰 진행은 많이 해봤어도 피조사 대상이 되어본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나름 빙의(?)해서 만들어본 페르소나가 인터뷰를 진행한 타 상품팀에 좋은 참고가 되었는지 당시 내가 냈던 의견들이 많이 반영되어 성공적인 상품 출시로 이어졌다. 물론 젊은 감성을 자극한 뛰어난 플레이트 디자인과 당시 유명 힙합가수를 활용한 SNS 광고 마케팅도 한몫했지만 주변에 'FLEX' 하는 또래 친구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카드를 발급하고 '혜택이 좋다'라는 평을 들으니 나는 단지 인터뷰 대상으로 참여했을 뿐이지만 내가 만든 상품인 마냥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내가 가장 큰 의문을 가졌던 점은 회사 내에 UX 부서가 독립된 실 형태로 제법 큰 조직을 형성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부서는 전혀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참여를 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더 슬픈 현실이었다. 그럼 대체 무슨 업무를 하는 것일까 의문을 갖고 있던 와중에 내 상사가 UX 부서로 가면서 웹과 애플리케이션 개편 등 UI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회사도 나름 2010년 전후로 국내에선 꽤나 빠르게 UX 부서를 신설한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지 않아서였지 않을까? 그렇다고 UI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올바른 자체 시스템 사용을 위해서, 혹은 상품을 앱과 연동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은 하나의 강력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다만 UX부서가 보다 더 폭넓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UI를 주로 역할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내부 자원을 유익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 경험을 사업에 연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지금 것 보고 경험한 바로는 '숨겨진 NEEDS'를 찾아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결과물이 어떤 형태로 제공되건 간에 기존 고객의 '숨겨진 NEEDS'를 반영하여 더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할 수도 있고, 전체 시장 파이 안에서의 '숨겨진 NEEDS'를 반영하여 경쟁사 고객을 뺏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해당 제품/상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떠오르는 이미지를 '숨겨진 NEEDS'로 연결시켜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들었을 때는 경영대 수업 마케팅원론에서 가르쳤던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용자 경험 리서치, 디자인 수업에서 흔히 가르치던 'UX 리서치'는 정량적보다는 정성적인 접근에 더 큰 비중을 두기에 '숨겨진 NEEDS'를 찾는데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건대 경영대 수업에서 이론수업은 하더라도 아이디어를 내는 수업은 배워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디어를 낸다고 하더라도 주로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아이디어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새로이 응용시키는 정도뿐. 반대로 디자인 수업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시각화하거나 서비스 흐름을 콘셉트화 하는 수업은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다만 미래를 그리는 측면에서는 괜찮을지는 몰라도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지는 콘셉트가 나오기도 하고,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익성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디자인 전공 수업에서 UX 리서치를 배우고 이를 적용시킨다 하더라도 몇 가지 리서치 기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틀에 박힌 방식으로 많이 진행하곤 했고 결과물을 보면 주로 UI위주의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여기에서부터 UX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UI에 초점을 둔 부서로 성장하게 된 것이 아닐까? 즉 UX에 대해 대중적인 이미지가 한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디자이너 스스로 만든 이미지가 굳어지고 여기에 경영진들이 지속적으로 한정된 역할을 부여하는데 이뤄진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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