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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den Designer Apr 22. 2021

#8 새로운 '디자인 서울'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그간 우리에게 디자인의 의미는 넓어졌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항상 디자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부러운 직업을 꼽는다면 정치인이다. 세상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등 '사용자 경험'을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대표자 역할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 때에도 여느 어떤 선거 때와 같이 각 후보자들은 다양한 현장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일을 돕는 봉사를 하곤 했다. 나는 매번 선거철이면 정말 바라건대 단순 '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공감'을 하고 이를 통해 개선점은 없을지 생각을 했으면 싶다. 봉사활동 사진을 보도자료로 뿌린다고 한표 더 생기는 세상은 이제 끝나지 않았던가? "노고가 많으십니다." 한마디보다 체감할 수 있는 '노고의 개선'을 시민들은 원한다. 여느 때처럼 '선 공약, 후 관찰'이 난무했던 이번 선거전은 디자인 사고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기에 현실적이면서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공약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디자인을 배워보겠다고 한 것이 2005년이었으니 이제 어연 16년이 됐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하던 당시 많은 디자이너 꿈을 안던 많은 학생들의 가슴을 뜨겁고 설레게 한 것이 바로 '디자인 서울'이었다. 뭐든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가면서 깔끔하고 예쁘게 도시환경이 바뀌어가던 모습은 충분히 많은 학생들에게 디자이너의 꿈을 가지게 했고 대학 들어와서도 당시에 새로 정립된 '공공디자인' 개념을 활용한 과제가 제공되는 등 지금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지만 당시엔 국내에서 디자인의 활용 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진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디자인=美'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디자인의 활용 범위는 넓어졌지만 그 의미는 아직 범위만큼 넓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에 과거 '디자인 서울'을 추진했던 사람이 시장으로 돌아온 현재 그가 다시 한번 '디자인 서울'을 내세운다면 그때와는 다른 '디자인'이길 바라는 바이다. 조금 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할 것이며 단순히 물리적인, 시각적인 것 외에도 정책적으로도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시대 변화에 따라 그새 달라진 '디자인'의 의미를 대중들에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과거의 '디자인 서울'이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어도 평가가 크게 갈라진 가장 큰 이유는 '공감'의 부분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을 쫓다 보면 서울 속에 '디자인 기회'는 많다. 좌는'사용자 경험', 우는 '디자인 결과'. 하지만 이 결과마저도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줄줄이 나열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과거와의 비교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기사와 토론을 통해 수차례 논쟁이 이어져왔고 잘잘못을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앞서 말한 넓어진 '디자인'의 의미가 적용되어 좀 더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의 '디자인 서울'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자리잡기를 바랄 뿐이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정치 생명을 이어갈 낙선한 후보자들도 디자인 시각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평가받는 '공감'의 마음으로 정책을 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디자이너 꿈을 키워가고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대중들에게 추상적으로만 인식되는 디자인 사고와 그 의미가 더 넓어지는 좋은 계기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양함과 복잡함이 공존하기에 도시만큼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으로 잘 반영할 수 있는 장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 목적 없이 오직 사용자 경험이 우선시 된 '디자인 서울'을 앞으로 보여주어 시민들에게는 후생을, 디자이너 꿈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는 설렘을 주는 기회가 열리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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