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4. 2017

배경이 어디든 디즈니는 디즈니

바다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의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모아나>

 <겨울왕국>, <빅 히어로 6>, <주토피아> 등으로 승승장구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모아나>가 개봉했다. 다소 늦은, 시즌에는 좀 맞지 않는 개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디즈니라는 생각에 극장으로 향했다. 폴리네시아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아나>는 바다의 선택을 받은 모투누이 섬의 족장 후계자 모아나(아우이크라발호)가 섬을 구하기 위해 반인반신 마우이(드웨인 존슨)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사에 가까운 자연물 묘사와 눈에 좋을 것 같은 푸른 색감으로 가득한 화면과 함께 이야기가 흘러간다.

 <겨울왕국>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는 조금씩 새로워지고 있다.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야기 대신 (결과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자매애, 우정, 차별 등 영화의 주제와 교훈을 확장시키고 있다. <모아나>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결과물이다. 어찌 보면 <모노노케 히메>등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자연에 대한 시선을 디즈니식으로 해석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용암 괴물 테카는 <모노노케 히메>의 사슴신을 그대로 차용한 캐릭터이고, 테카의 공격을 해결하는 방식 또한 유사하다. 소재의 확장이면서 동시에 안전한 선택이다. 117분이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치고는 살짝 긴 러닝타임 동안 익숙한 이야기를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디즈니의 새로운 여성 캐릭터 모아나의 이야기는 기존 디즈니에 비해 꽤 새롭다. 어쩌면 (픽사를 제외한) 디즈니의 첫 여성 원톱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남성 사이드킥을 달고 다니고, 여성임에도 족장의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설정이 꽤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코코넛 해적단을 물리치는 모아나의 모습 등 모아나에게도 마우이 못지않은 액션 장면을 배분한다. 이야기 자체가 평이하다 보니 하이라이트가 다소 밋밋해졌지만, 여성 캐릭터를 꼭 러브라인으로 엮지 않아도 서사를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픽사의 <굿 다이노>,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인 <정글북> 등을 보면서 영화 속 자연물 묘사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었다. 바다가 배경인 <모아나>는 압도적인 푸른 색감의 청량감을 제공한다. 눈이 간사한 덕분에이제는 이 정도의 그래픽이 놀랍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는 순간 하나가 있었다. 코코넛 해적단(종족 이름이 따로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이 등장했을 때인데, 인형으로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같은 인상을 주면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임모탄 군단처럼 압도감을 주는 영상의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대놓고 <매드 맥스>에서 콘셉트를 가져왔다는 생각이 드는데, 북을 치며 등장하고 록 오페라 스타일의 음악과 창, 장대, 밧줄 등을 이용한 액션이 귀여운 코코넛들에 의해 행해지면서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위의 액션 장면이나 테카처럼 레퍼런스들이 눈에 많이 띈다는 점이다. <주토피아>에서는 장점이라면 장점으로 적용했던 것이 <모아나>에서는 스토리의 평이함과 맞물려 단점이 된다. ‘역시 그 정도 이야기의 머무는구나’라는 감상이 짙어지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마우이 캐릭터의 외모인데, 폴리네시안의 스테레오 타입(비만)을 그대로 옮겨오고, 누가 봐도 못생긴(서양권에서 현재 가장 핫한 폴리네시안 할리우드 배우인 제이슨 모모아나 드웨인 존슨 등과 마우이를 비교하며 그의 외모는 왜 하마와 돼지를 합친 것 같냐는 밈이 돌아다닐 정도이다)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폴리네시안 출신의 할리우드 셀러브리티가 없어 외모적 레퍼런스가 없었다고 하기에는 당장 마우이의 목소리를 연기한 드웨인 존슨이 있고, 그동안 못생긴 디즈니의 인간 주인공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모아나 같은 주체적 여성상을 그린 캐릭터와 특정 인종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고민 없이 완성된 캐릭터가 공존하는 영화는 어딘가 이상하다.

 어쨌든 평균은 해주는 <모아나>는 극장 티켓값을 보장하는 디즈니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다. 여름에 개봉했다면 조금 더 계절감에 취할 수 있었겠지만, 기본적인 완성도가 보장되기에 언제나 믿음직스럽다. 디즈니가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주제와 교훈을 들고 극장을 찾을지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쉽게 쓰여진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