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보이후드>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원제: Boyhood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퀘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제작연도: 2014

<비포 선라이즈>(1995)에서 <비포 미드나잇>(2013)까지 이어지는 '비포 트릴로지', 혹은 <스쿨 오브 락>(2003)의 연출자로 많이 알려져 있는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또 한 편의 대표작을 가지고 있다. 무려 12년의 촬영기간을 가진 <보이후드>는 매년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꾸준히 촬영을 이어온 작품이다. 주인공 메이슨 역의 엘라 콜트레인부터 그의 부모 역할인 에단 호크와 패트리샤 아퀘트, 메이슨의 누나 역할을 맡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까지 대부분의 배우들이 12년 동안 함께 했다. 매년 촬영하는 것이 지겨웠던 로렐라이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아빠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죽여달라고 부탁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보이후드>는 보통의 영화들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을 한 편의 극영화 속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물론 오랜 시간 프랜차이즈가 이어지며 배우들이 성장하고 늙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2001~2011)나 MCU(2008~2019)도 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는 70~80년대부터 이어져 오던 시리즈의 후속으로, 첫 영화의 주요 캐스트들이 다시 출연한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에서 성장하거나 늙은 것은 캐릭터이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다. 원작, 후속작, 리메이크의 굴레에 묶인 캐릭터와 기획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것들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배우들은 그것을 연기할 뿐이다.

<보이후드> 또한 픽션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1964년부터 2019년까지 7년마다 같은 사람들을 찾아가 촬영한 영국의 <7 Up> 시리즈는 오랜 시간을 들여 계급의 상호 의존성을 보여준다. 반면 <보이후드>는 한편의 영화, 165분의 러닝타임 속에 12년이 시간이 누적되어 있다. [드래곤볼]과 게임보이부터 엑스박스와 닌텐도 Wii까지 오는 대중문화의 흐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가정경제가 파탄나는 모습, 부모의 이혼 등 험난한 가정사 안에서도 존재하는 일상이 영화에 담긴다. 누군가의 일생을 관찰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들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사실 <보이후드>의 작업이 링클레이터에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초기작인 <데이즈드 앤 컨퓨즈>(1993)이나 '비포 트릴로지', 최근작인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도 <보이후드>와 유사한 측면을 지닌다. 그의 영화들은 삶의 특정 국면, 특정 시간을 잘라내 한편 혹은 몇 편의 연속되는 영화 속에 담아낸다. 삶의 단면이 삶의 전체를 만들어내거나 보여준다고 링클레이터가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런 단면들이 누적되어 삶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최근작들인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2017)이나 <웨어드 유 고, 버나뎃>(2019)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가 <보이후드>와 같은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을지 계속 그의 영화를 따라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