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원제: What We Do in the Shadows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저메인 클레멘트
출연: 타이카 와이티티, 저메인 클레멘트
제작연도: 2014

지금에야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디즈니+의 <만달로리안>(2019), 그리고 <조조 래빗>(2019)를 통해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으로 기세를 떨치고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이지만, 그가 지금처럼 성공하기 이전엔 여러 B급 장르영화들이 있었다. 초기작 <이글 대 샤크>(2007)을 함께 했고, 이후 디즈니의 <모아나>(2016)에서 목소리 출연과 각본가의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되는 저메인 클레먼트와 함께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가 그의 대표작이다. 2014년 각종 영화제에서 영화가 소개되기 이전 제작된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시킨 이 영화는 매년 개최되는 가면무도회에 초대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좀비, 마법사 등의 기이한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가면무도회를 취재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팀이 뱀파이어들의 집에 머물며 영화를 촬영한다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의 코미디 감각은 정말 독특하다. 타이카와 저메인은 그들이 좋아한 온갖 뱀파이어 영화의 클리셰와 이미지들을 가져온다.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은 대부분 과거의 영화들에서 가져온 것이다. <노스페라투>(1992), 벨라 루고시가 출연한 <드라큘라>(1933), 크리스토퍼 리가 출연한 <드라큘라>(1958), 게리 올드만이 열연한 <드라큘라>(1992),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트와일라잇>(2008) 등에 출연한 뱀파이어들의 이미지를 분장을 통해 고스란히 사용한다. 십자가나 마늘, 말뚝 같은 뱀파이어 퇴치를 위한 도구들은 놀림의 대상이 된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관 속에서 잠자던 뱀파이어가 불에 타 사망하고, 집에 화재가 나기도 한다. 모피를 입고 나타난 뱀파이어에게 늑대인간들이 화를 낸다던가, 가면무도회에 뱀파이어 헌터 캐릭터인 '블레이드' 코스튬을 입고 나타나는 등의 코미디가 이어진다. 심지어 뱀파이어들이 유튜브를 통해 일출 장면을 관람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촬영팀은 모두 십자가를 걸었으며 안전을 약속받았다'는 자막은 이 모든 코미디를 예고하는 듯하다.

이 영화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을 통해 국내에 처음 알려졌지만, 독특하게도 같은 해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 햇빛에 노출되는 등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죽지 않는 뱀파이어의 특징 때문에, 이들은 계속 어딘가를 떠돌면서 살아야 한다. 183살인 뱀파이어가 혈기왕성한 젊은이 취급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은 다양한 곳을 떠돌아 다니며 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자신의 태생적 정체성 때문에 떠돌아야 한다.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의 상영이 뜬금없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유럽을 떠돌던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같은 영화를 떠올려보면,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처럼 고성에 틀어박혀 살아가는 뱀파이어의 삶은 다소 인위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타이카 와이티티와 저메인 클레멘트는 뱀파이어라는 매우 전통적이고 익숙한 상상의 산물을 이러한 방식으로 패러디하고 자신의 소재로 가져온다. 피터 잭슨 이후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뉴질랜드 출신 장르영화 연출자인만큼, 그가 MCU의 영화들 외에 작업물도 열심히 선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