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무서운 집>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감독: 양병간
출연: 구윤희
제작연도: 2015

"이 영화를 대체 왜...?"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10년대의 척박한 한국 장르영화 속에서 <무서운 집>은 자신의 내세운 것을 거의 완벽하게 해낸 작품이다. 생각해보자. 2009년의 <불신지옥> 이후 한국에서 제대로 된 호러영화는 개봉은 커녕 흥행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검은 사제들>(2015), <부산행>(2016), <곤지암>(2018)을 예외로 들 수 있겠지만, 이들은 이미 존재하는 해외 작품들의 한국버전이거나, 익숙한 한국형 대자본 블록버스터의 틀에 장르적 요소(좀비)를 가미한 수준이었다. 2019년의 <사바하>나 <암전>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고, 각자가 추구한 바를 최대한으로 담아냈다고 여기긴 어렵다.

'뉴타입-호러'를 내세우며 윈도우 기본 편집 프로그램으로 적당히 제작한 것 같은 <무서운 집>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화는 조이 앤 씨네마, 미로 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 그리고 대구의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까지 총 네 곳의 상영관에서 개봉했고, 총 1,039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과 동시에 VOD 서비스가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극소수의 독립영화전용관을 1,039명의 관객이 찾은 것은 도리어 이례적이라 여길 수도 있다. <무서운 집>은 그렇게 컬트가 되었다.

재밌는 것은 영화의 어처구니없는 홍보부터 이야기에 도통 도움이 되지 않은 식사과정과 수많은 롱테이크, 과장스러운 연기까지 양병간 감독의 의도대로 제작된 것이라는 점이다. <무서운 집>은 각본단계에서 가편집까지 시퀀스나 대사 단위로 별점이 매겨지는 현재의 제작관행에 대한 (의도와 상관 없는) 저항이자,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수많은 한국 호러영화들이 무섭지도 재밌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한 카운터펀치이다. 극소수의 극장에 모인 극소수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낄낄대며 보는 상황 자체가 양병간 감독이 의도한 바일 것이다. 이 영화가 내세운 '뉴타입'은 홍보부터 개봉까지 이어지는 희극적 상황이다. 조리부터 설거지까지 20여분 가량 이어지는 주인공의 식사 장면이라던가, 1층부터 4층까지 층계를 오르는 모든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장면들은 장르영화의 규칙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수고, 변형하고, 끼워 맞춘다. 자본과 투자자가 개입되어 조립된 상품이 아닌 철저히 자본 밖의 것을 시도하는 것, 그리고 그 시도에서 창출된 희극적 상황이 <무서운 집>을 컬트로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