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Godzilla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에런 테일러 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줄리엣 비노쉬,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제작연도: 2014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고질라'대신 '고지라'라는 표기를 사용하는 이유를 간단히 이야기하고 싶다. '고질라(Godzilla)'는 일본의 '고지라(ゴジラ)'를 영어식 표기로 변경한 발음이다. <고지라> 시리즈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토호사가 영화를 미국에 수출할 때 영어 표기를 'Gojira'가 아닌 'Godzilla'라고 한 것에서 시작된 발음이다. 사실 'Godzilla'도 '갓질라'라고 발음해야 맞는 것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롤랜드 에머리히의 리메이크 영화가 <고질라>로 국내에 개봉했고, 당시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이기에 '고질라'는 '고지라'라는 캐릭터가 한국에 소개된 첫 사례이자 발음으로 굳어졌다. 그 이후에 '밀레니엄 고지라' 시리즈의 작품들이 국내에 개봉했지만 '고질라'라는 정체불명의 발음을 고집해왔고, 그것이 몬스터버스의 영화는 물론 <신 고지라>(2016)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고지라: 괴수행성>(2017~2019)의 제목까지 '고질라'로 통일되어 버리는 결과가 되었다. 이미 미국식 표기인 '갓질라'를 따르긴 애매한 상황이니, 원래 발음인 '고지라'로 표기를 통일하고자 한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두번째 '고지라' 영화이자(첫번째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1998년 작품), <콩: 스컬 아일랜드>(2016), <고지라: 킹 오브 몬스터>(2019), 그리고 <고지라 vs 콩>(2020)으로 이어지는 워너 '몬스터버스'의 시작인 가렛 에드워즈의 <고지라>는 혼다 이시로의 첫번째 <고지라>(1954)에 대한 적절한 현대적 리메이크이다. 아니, 혼다 이시로의 <고지라>보단 고지라가 다른 괴수들과 격돌하기 시작한 여러 영화들, 가령 <3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1964), <고지라 대 헤도라>(1971), <고지라 대 메카고지라>(1942) 등의 작품에서 묘사된 지구의 수호자로서의 고지라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케일로 재해석하고 있다. 혼다 이시로의 작품과 안노 히데아키의 <신 고지라>에서의 고지라는 흉폭한 괴수 그 자체이다. 바다에서 올라온 고지라는 도쿄 한복판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도시를 파멸 직전으로 만들어버린다. 반면 쇼와 고지라(일본 쇼와 시대에 제작된 고지라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선 고지라가 지구의 수호자로 묘사되고 있다. 고지라는 인간들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폐수 괴물(헤도라)나 외계인이 만든 괴수(메카고지라), 혹은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전설 속 괴수(킹 기도라) 등과 싸우며 인간들의 세계를 지킨다. 물론 그 과정에서 건물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피해로 여겨진다.
가렛 에드워즈와 함께 '몬스터버스'를 이끌어가는 조던 복츠 로버트나 애덤 윙가드는 쇼와 고지라 시리즈가 영어로 더빙되어 미국에 소개되던 시기에 유년시기를 보냈다. 이들에겐 파괴자로서의 고지라보단 수호자 고지라의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남아있었을 것이다. <고지라 대 헤도라>에 등장하는 소년이 고지라를 우상으로 여기며 고지라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몬스터버스'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첫 작품인 <고지라>가 수호자 고지라를 그려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가렛 에드워즈는 이를 위해 오리지널 괴수인 '무토'를 등장시킨다. 거미와 익룡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것처럼 보이는 이 괴수는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는다. 무토가 알에서 부화하고 활동을 시작하자, 해저에서 나타난 고지라가 무토를 저지하기 위해 움직인다. 일본과 미국 네바다주에 있던 무토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며 모든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고지라와 무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격돌하고, 결국 고지라가 무토를 저지하는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별로 쓸모가 없다. 고지라는 애초에 자연재해의 상징이었다. 체내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작동하는 거대괴수는 인간에게 그 자체로 자연재해나 다름없다. 고지라와 무토의 존재를 예측한 것이 '지진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지라는 처음부터 자연재해의 상징이다. 물론 거대한 고지라의 움직임은 수많은 재난을 낳는다. 하와이에는 해일이 닥쳐오고, 금문교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의 건축물들이 박살난다. 하지만 고지라의 목적은 파괴가 아니라 균형이다. 그는 균형을 깨려는 것을 저지한 다음 휴면상태에 들어간다. 이 과정은 <고지라: 킹 오브 몬스터>에서도 이어진다.
가렛 에드워즈는 이 과정을 구현하는데 최적의 감독이다. 그는 거대한 것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데뷔작인 <몬스터즈>(2010)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도 위압감을 주는 괴물들을 묘사했고,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에서는 저항군 앞에 다가오는 거대한 AT-ACT의 모습들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이러한 재능은 <고지라>에서 만개한다. 그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처럼 괴수의 흉폭하고 거대한 모습 전체를 담으려 하지 않는다. 롱숏으로 괴수들의 싸움을 담는 대신, 인간의 시점으로 괴수의 거대함과 그들의 움직임으로 인한 피해를 담아낸다.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토의 움직임으로 인한 지진으로 일본의 발전소가 붕괴되는 장면, 고지라의 상륙으로 해일이 덮친 하와이, 마치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것 마냥 무토에 의해 파괴된 라스베가스 등은 재난의 풍경을 접한 인간들의 시선으로 촬영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하와이 장면에서 조명탄을 쏘아 올리는 장면과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한 괴수들 사이에서 핵폭탄을 회수하기 위해 포드의 부대가 낙하하는 장면이다. 하와이 장면에서 군인들이 쏘아 올린 조명탄은 올라갈 수 있는 최고 고도까지 솟아오르지만 고지라의 거대한 신장을 따라잡지 못한다. 해일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의 시점으로 고지라를 올려다 보는 이 장면은 그 거대함을 포착하고 있다. 반면 포드가 낙하하는 장면은 하와이 장면 시점의 역이다. 이들은 비행기에서 낙하하여 지상까지 내려온다. 고지라와 무토의 신장보다 높은 곳에서 출발해, 낙하하는 동안 이들의 격투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고, 다시금 지상에서 이들의 싸움을 바라본다. 괴수들의 전체를 훑는 이 장면은 이들의 거대한 크기를 완벽하게 담아낸다.
그렇다고 <고지라>가 괴수들을 인간들의 시점만으로 담는 것은 아니다. 고지라와 무토가 격돌하고, 고지라가 무토의 입에 '아토믹 브레스'를 뿜는 장면은 괴수영화의 전형적인 구도로 촬영되어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 위로 삐져나올 만큼 거대한 크기를 지닌 괴수들의 격돌을 롱숏으로 촬영하여 이들의 격돌을 담아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도는 후속작인 <고지라: 킹 오브 몬스터>나 기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시리즈의 원형이 된 일본 고지라 시리즈의 구도이다. 가렛 에드워즈는 원전을 고스란히 따르지도 않고, 모든 것을 뒤바꾸지 않는 중간지점을 탐색하고 그것을 구현했다. 그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연출자로 선정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않을까? 그는 원전과 새로움 사이의 균형을 자신의 방식대로 찾아가는데 능한 사람이며, 자신의 취향으로 채워진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