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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9. 2020

56. <녹색 안개>

원제: The Green Fog — A San Francisco Fantasia
감독: 가이 매딘, 에반 존슨, 갤런 존슨
제작연도: 2017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은 이후 등장한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 가이 매딘과 존슨 형제의 <녹색 안개>는 <현기증>과 같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 및 TV 프로그램들의 푸티지를 모아 <현기증>을 재구성한다. 다양한 푸티지들의 장면들을 모아 <현기증>의 시퀀스를 유사하게 재현하고, <현기증>의 유명한 녹색과 샌프란시스코의 안개를 결합하여 시공간을 묘하게 뒤트는 이미지들로 <현기증>을 재해석한다. <녹색 안개>에는 히치콕의 <현기증>과 <새>(1963)를 비롯한 고전영화부터 <더 록>(1996), <고지라>(2014), <샌 안드레아스>(2015) 등 현대 블록버스터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들의 푸티지가 등장한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대, 다른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시공간의 결합은 영화를 통해 한 지역 자체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동시에 <현기증>이라는 맥락만 파악한다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매우 시네필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각각의 영화와 TV 프로그램으로 해체된 샌프란시스코라는 지역을 지리학, 위상학, 인류문화학적으로 재해석한다. 가이 매딘과 존슨 형제는 다르게 해석되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제스처를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장소의 위상을 재해석 및 재발견한다. 푸코는 헤테로토피아가 서로 양립 불가능한 복수의 공간, 배치를 실제 장소에 나란히 구현할 수 있으며, 그러한 예시로 이차원의 스크린에 삼차원의 공간을 영사하는 영화관을 꼽는다. 이는 곧바로 영화, 특히 <녹색 안개>에 적용된다. 영화가 인용하는 수많은 푸티지들은 한 편의 영화, 한 편의 TV 프로그램에선 불가능했을 공간을 샌프란시스코라는 지리적 유사성과 <현기증>이라는 제스처의 논리에 따라 나란히 구현한다. 영화의 목적은 단순히 수많은 푸티지를 통한 <현기증>의 재현을 넘어, 영화관이라는 헤테로토피아를 영화 내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향한다. <녹색 안개>의 아름다움, 대범함, 놀라움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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