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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8. 2020

55. <존 윅: 리로드>

원제: John Wick Chapter 2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제작연도: 2017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빗 레이치가 공동연출한 <존 윅>(2014)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이 영화 이후 데이빗 레이치는 <아토믹 블론드>(2017), <데드풀 2>(2018),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2019)를 통해 스파이, 슈퍼히어로, 카체이싱과 하드바디 액션 등 액션 영화의 하위장르를 실험한다. <존 윅> 시리즈에 머무른 채드 스타헬스키는 <존 윅 3: 파라벨룸>(2019)까지 세 편의 시리즈를 연달아 연출했으며,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2020)의 재촬영 감독으로 참여해 액션 시퀀스를 담당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스턴트맨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특히 채드 스타헬스키가 <매트릭스>(1999)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스턴트 더블을 맡으며 그 인연이 <존 윅> 시리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들은 <닌자 어쌔신>(2009)부터 <헝거 게임>(2012),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등에 액션 연출로 참여하기도 했다. <존 윅> 시리즈는 두 사람의 경력을 합치는 작업에 가까웠으며, 1편 이후 각자 다른 노선으로 흩어진 두 사람의 영화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액션 영화의 역사를 요약하려 한다.

 <존 윅: 리로드>는 액션 영화의 역사를 총집합하려는 채드 스타헬스키의 야심이 발현된 작품이다. 이 영화와 <존 윅 3: 파라벨룸>은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 버스터 키튼의 영화를 포함시킨다. 전자는 <셜록 2세>(1924)를 오토바이 추격전이 벌어지는 도심 속 고층건물의 벽면에 영사하고, 후자는 <경찰>(1922)과 <제물>(1921)의 장면을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띄운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버스터 키튼은 세계 최초의 액션 스타 중 한 명이다. 그의 기념비적인 스턴트들은 지금까지 여러 영화들에서 오마주된다. 버스터 키튼을 영화 앞부분에 내세운 두 영화는 유사한 방식으로 액션 영화의 하위 장르들을 영화 속에 끌어들인다. <존 윅>이 총격전을 중심으로 한 갱스터-암살자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면, <존 윅: 리로드>는 그 결을 한층 확장한다. 뉴욕을 벗어나 로마로 향하는 로케이션은 할리우드 마피아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 이탈리아의 갱스터 영화를 끌어오며, 폴 그린그래스의 <본 슈프리머시>(2004) 이후 자리 잡은 근접격투를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인다. 특히 영화 후반부 거울의 방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이소룡의 <용쟁호투>(1973)부터 찰리 채플린의 <서커스>(1928)까지 거울의 방이 등장하는 다양한 액션 및 슬랩스틱 스턴트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존 윅의 얼굴을 총들이 둘러싼 영화의 포스터는 키튼과 함께 무성영화 액션 스타였던 해롤드 로이드의 <Two-Gun Gussie>(1918) 속 장면을 따온 것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모피어스를 연기했던 로렌스 피시번의 등장은 단순히 그와 키아누 리브스의 재회를 담아내는 것을 넘어, 할리우드 액션 스타일의 흐름을 뒤바꾼 <매트릭스>의 역사를 <존 윅> 시리즈에 기입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소룡의 <사망유희>를 연상시키는 장신의 NBA 스타와의 액션으로 시작되는 <존 윅 3: 파라벨룸>은 더욱 다양한 액션 영화를 끌어온다. 가렛 에반스의 <레이드> 시리즈(2011~2014)에 출연한 야얀 루이한과 세셉 아리프 라만이 출연하고, <드라라이브>(1997)를 통해 액션 스타 반열에 오른 필리핀계 배우 마크 다카스코스가 악역을 맡는다. 정병길의 <악녀>(2017) 속 오토바이 액션 시퀀스를 고스란히 따라하기도 하며, 말을 활용한 액션시퀀스는 아주 잠깐이지만 1910년대 할리우드 서부극부터 70년대 스파게티 웨스턴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서부극의 액션을 잠시 떠올리게 한다. 

 두 편의 영화는 동서양의 다양한 액션 장르를 가져온다. <존 윅: 리로드>는 조금 더 할리우드 전통에 가깝고, <존 윅 3: 파라벨룸>은 쿵푸영화나 사무라이 영화부터 최근 동남아시아의 격권영화까지를 포함한다. 물론 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조금 엇갈린다. 두 영화 모두 대체로 호평을 받았으나, 매끄러웠던 전자에 비해 동양의 무술이 등장하며 총격전이 근접격투로 변화하는 후자의 액션 장면에 대해선 여러 비판이 나왔다. 채드 스타헬스키가 할리우드 전통에 더욱 익숙한 촬영과 편집을 익힌 감독이기에 그런 것일까? 하지만 두 편의 영화는 액션 영화를 통해 색다른 방식으로 영화사를 다시 쓰려는 야심을 품은 작품임은 틀림없다. 그것을 행하는 신체로 <스피드>(1994)와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가 선택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배우는 아니지만, 그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변곡점을 함께한 배우이며, 비록 실패했지만 <맨 오브 타이치>(2013)이나 <47 로닌>(2013) 등을 통해 액션 영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드러내왔다. <존 윅> 시리즈는 그러한 흥미가 누적되어 영화의 모습을 갖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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